그린피스의 경고 “日정부, 도쿄올림픽 멈춰라”

그린피스, 2020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의 확산 보고서 발표
작년 10월 태풍 하기비스 영향…방사성 물질 재오염 진행
성화 출발지인 J빌리지, 사고 전 대비 1775배 방사선 나와
  • 등록 2020-03-09 오전 10:00:00

    수정 2020-03-09 오전 10:09:35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강한 태풍이었던 하기비스가 일본을 강타하면서 후쿠시마 전역이 방사성 물질 재오염이 진행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도쿄올림픽 성화가 출발하는 J 빌리지 내에도 방사선 물질이 원전 사고 전에 비해 1775배에 달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오는 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9주년을 앞두고 이같이 내용이 담긴 ‘2020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의 확산: 기상 영향과 재오염’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10월과 11월 그린피스 방사선 방호 전문가팀이 약 3주에 걸쳐 후쿠시마 현지에서 실시한 과학적이고 종합적인 조사 결과를 담고 있다.

사진=그린피스 제공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주민 귀환을 지시한 나미에와 이타테의 피난지시 해제지역 5581곳 중 강 제방과 도로 99%는 일본 정부 제염 목표치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의 평균 선량은 0.8μSv/h, 최댓값은 1.7μSv/h로 사고 이전보다 20배 높았다. 마을 학교 주변 45%에 이르는 지역은 1년간 연속 노출됐을 때 최대 17mSv/h의 피폭을 당할 수 있는 수치였다. 이는 국제 방사선 방호 위원회의 일반인 연간 한도 선량의 17배에 이르는 수치로 피폭에 민감한 청소년에게 노출하면 안돼는 수준이다.

그린피스는 “지난 10월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태풍 하기비스의 영향이 컸다”며 “조사팀은 제염이 불가능한 산림 지역에서 고준위 방사성 세슘이 도로와 주택 등 여러 곳으로 퍼져나간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스즈키 카즈에 그린피스 일본 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기상으로 인한 방사성 재오염은 여러 세기에 걸쳐 지속될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강조하는 ‘모든 것이 정상화‘ 되고 있다는 표현은 현실과 다르고 일본 정부는 제염 작업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도쿄올림픽 성화가 출발하는 J 빌리지에서도 방사선량이 여전히 높았다. 조사팀은 그곳에서 71μSv/h에 달하는 방사선 고선량 지점인 ‘핫스팟’을 발견했다. 2011년 사고 전에 비해 1775배에 이른다. 지난해 11월 일본 정부는 제염 작업을 실시했지만 지난해 12월 J 빌리지에서 핫스팟을 추가로 발견되면서 일본 정부의 방사성 오염 관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었다.

아울러 후쿠시마 시내 중심부에서도 핫스팟 45곳이 발견됐다. 핫스팟은 도쿄행 신칸센 탑승구 근처와 도로 등에 산재했다. 가장 높은 핫스팟은 10cm 높이에서 5.5μSv/h로 측정됐다. 이는 2011년 원전 사고 전보다 137배 높다.

장마리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사고 후 9년이 지났지만 방사성 오염 상황은 통제는커녕 확산되거나 재오염됐다”며, “방사성 위험에 대한 과학적 경고와 증거를 무시하고 개최되는 도쿄올림픽은 일본 정부의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린피스는 올해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후쿠시마 현장 조사를 할 예정이다. 제염노동자 피폭과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한 자료도 발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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