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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통상조직은 국가에 따라 크게 산업 주무부처가 통상정책을 관장하는 산업통상형, 외교 주무부처가 통상정책을 관장하는 외교통상형 등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통상조직의 유형을 구분해 보면 산업통상형을 채택한 국가는 18개국, 외교통상형을 채택한 국가는 14개국이며, 미국은 독립형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허 교수가 유형별 특성을 살펴봤더니 중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제조업 강국들은 대체로 산업통상형 조직을 채택했다. 특히 수출주도 경제의 경우 산업통상형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는데, 통상 압력 완충을 위해 통상 기능을 산업 담당부처로 분산한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김대중 정부 이후 외교부 내에 통상교섭본부를 설치하는 형태의 외교통상형 조직을 채택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지식경제부를 산업통상자원부로 개편하면서 외교부 산하의 통상교섭본부를 산업부로 이관, 통상조직을 산업통상형으로 개편했다. 산업통상형 조직 개편은 외교 조직의 통상지원 기능 확보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허 교수는 “통상정책을 외교와 안보의 수단적 측면만 강조하면 ‘국부창출의 기반’이라는 통상정책의 산업적 측면을 놓치기 쉽다”면서 “왜냐하면 우리의 주요 경쟁국들이 최근 들어 통상정책을 글로벌 산업정책의 중요한 한 축으로 인식하면서 이를 기술과 자연, 환경과 연계해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 산업부는 제조업 뿐만 아니라 농업과 서비스를 포함한 제반 산업에서의 기업 혁신을 촉진하고 글로벌 시장의 애로를 해소하는 통상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관련 산업의 투자와 규제, 우리 기업의 경쟁력 등 다른 정책 영역과의 조화를 도모하고, 대외 통상에 관한 실질적 정책조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의 보강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