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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이날 우크라이나 마우리폴과 볼노바하에서 민간인 대피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포격을 재개하고 우크라이나군도 맞서면서 계획이 무산된 것이다.
마우리폴과 볼노바하의 각각 20만명, 1만5000명의 민간인들은 우크라이나 시각으로 이날 오전 9시 도시 밖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이는 지난 3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2차 평화회담에서 민간인을 대피시키기 위해 양측이 임시 휴전을 맺기로 한 협의에 따른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민간인 대피 계획이 실패한 것을 두고 서로를 탓하고 있다.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러시아가 이날 오전 11시 45분께 볼노바하에 포격을 퍼붓는 동시에 마우리폴에서도 군사작전을 재개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에 포격을 멈추고 아이들과 여자와 노인들이 떠날 수 있게 인도주의적인 통로를 마련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음식과 인슐린과 같은 응급약도 지원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반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모스크바는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목표로 삼지 않았다면서 되레 “키이우(키예프)가 의도적으로 민간인을 인질로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의 대피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 “러시아 항공기 격추했다” vs 러시아 “우크라 공군, 무너뜨렸다”
일각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이 생각보다 길어지자, 러시아군이 민간인 지역 공격도 불사하고 있단 관측을 내놓고 있다. 러시아는 민간인 지역을 공격 목표로 삼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6일 영국 군사정보부는 “우크라이나 저항의 규모와 강도가 러시아를 계속 놀라게 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마우리폴과 하르키우, 체르니히우 등 민간인 지역을 공격 목표로 삼고 있다”라고 전했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러시아군은 민간인만 공격할 수 있는 테러리스트이자 겁쟁이의 본성을 보여줬다”고 힐난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부터 전쟁이 시작되면 3일 내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가 함락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전쟁은 6일 기준 11일째 이어지고 있으며, 러시아가 점령에 성공한 도시는 헤르손 딱 1곳뿐이다. 헤르손에선 러시아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헤르손 청사 앞에 1000여명의 우크라이나인이 깃발을 들고 러시아군을 비난하고 있다.
디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5일 러시아 항공기 3대를 미국산 스팅어 미사일로 격추했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이밖에 러시아의 전투기, 폭격기, 전투 헬리콥터를 격추시키고 4명의 조종사와 승무원 포로 영상도 공개했다.
반면 러시아는 승기를 잡았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5일 우크라이나 전투기 5대, 헬리콥터 1대, 드론 1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공군과 방공망을 무너뜨리는 작전을 “실질적으로 완료했다”고 말했다.
한편 다비드 하라하미야 우크라이나 집권당 ‘국민의 종’의 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3차 회담을 7일 진행된다고 전했다. 3차 회담에선 민간인 대피를 위한 방안에 대해 다시 구체적인 논의를 할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