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애물단지 노후 가스터빈의 변신…"수소 만드는 자산으로"

한화임팩트 ‘수소혼소 발전’ 실증시험 준비 과정 공개
낡은 LNG 발전설비에 수소혼소 기술 적용
수소비율 높여 ‘수소 전소 터빈’ 개발 계획
“안정적 수소 공급·제도적 인센티브 필요”
  • 등록 2021-12-01 오전 11:05:00

    수정 2021-12-02 오전 7:26:35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올해 말까지 이곳에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용 터빈 전체를 한화토탈 대산공장으로 옮긴 뒤 내부에 있는 연소기를 교체해 수소혼소(혼합연소) 발전 실증 시험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지난달 30일 찾은 경기도 평택시의 한국서부발전 평택발전본부. 본부 내 한 복합발전소에선 페인트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LNG 발전용 터빈 한 대의 이동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 터빈은 1990년대 후반부터 시민에게 전기를 공급하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2017년부터 운영이 중지됐다. 4년 동안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만큼 세월의 흐름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황병희 한화임팩트 발전엔지니어링 팀장은 “이렇게 낡은 가스터빈도 연소기 등을 교체하면 LNG와 수소를 함께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혼소 발전에 이용할 수 있다”며 “이번 시험에선 수소혼소율(혼합 연료에서 수소가 차지하는 부피 비율)을 45~55%에 맞춰 가동할 계획인데, 기존 LNG 발전과 비교해 온실가스가 22%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황병희 한화임팩트 발전엔지니어링 팀장이 ‘수소혼소 발전’ 실증 과제에 쓰일 노후화된 LNG 발전용 가스터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화임팩트)
‘애물단지’ 노후 가스터빈, ‘친환경 설비’로 변신

한화임팩트가 낡고 효율성이 떨어져 가동조차 하지 못해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노후 LNG 발전 설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기존 가스터빈에 없던 수소혼소 연소기를 터빈 내부에 새로 장착해(retrofit) 이를 LNG와 수소를 함께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수소혼소 발전’에 이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해당 방식으론 기존 LNG 발전소에서 사용되던 노후화된 가스터빈을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개조해 사용하면서 연료에 수소를 추가할 수 있어 좌초자산의 폐기를 막고 탄소 배출도 줄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는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수소전소(100% 연소) 발전 기술이 개발되기 전 단계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화임팩트는 기존 가스터빈을 개조해 수소 사용 비율을 높이는 방식이 수소 에너지로의 점진적 변화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10년 이상 노후화된 LNG 가스터빈을 개조하면 사용 수명까지 늘릴 수 있어 에너지 전환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한화임팩트는 지난 6월 이를 위해 글로벌 가스터빈 기업 ‘안살도 에네르기아’(Ansaldo Energia)로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혼소 터빈 개조 기술을 지닌 미국의 PSM(Power Systems Mfg)과 네덜란드 토마센에너지 지분을 100% 인수하기도 했다. 두 회사는 미국과 유럽에서 기존 설비를 개조하는 방식으로 수소혼소 발전 기술 상용화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한화임팩트는 한국서부발전과 함께 진행하는 실증 사업을 통해 수소혼소 가스터빈 상용화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올해 말까지 평택에서 사용하던 80㎿급 가스터빈을 대산으로 옮겨 개조·재설치 과정을 거쳐 실증 시험 준비를 마칠 예정이다. 시험에 사용되는 수소는 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를 이용한다.

황 팀장은 “수소혼소 발전을 한다고 해도 출력·효율은 기존 LNG 발전과 동등한 수준으로 맞춰 진행할 예정”이라며 “실증 시험이 문제없이 진행된다면 2023년 2~3월엔 50% 안팎의 수소혼소율로 발전을 했을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질소산화물(NOx) 등이 얼마나 나오는지 등을 측정한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혼소 발전’ 실증 과제에 쓰일 노후화된 LNG 발전용 가스터빈 (사진=한화임팩트)
수소 100% 발전 위해선 “안정적 수소 공급망 필요”

한화임팩트는 국내 발전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LNG 가스터빈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LNG 복합발전 설비는 전체 발전 설비용량 134GW 중 39.6%인 40GW를 차지했다. 또 국내에 있는 LNG 가스터빈 158기 중 75기(47%)는 준공연도를 기준으로 15년 이상이 지난 상황이다.

송용선 한화임팩트 수소사업개발담당 상무는 “가스터빈은 터빈입구온도(TIT)에 따라 알파벳순으로 분류하는데, 전 세계적으로나 국내에서나 가동 중인 가스터빈은 F클래스가 가장 많다”며 “우선 준공된 지 15년이 넘는 F클래스 가스터빈을 대상으로 수소혼소 가스터빈 개조 사업을 진행하면서 이후 더 높은 클래스의 가스터빈에도 확대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임팩트는 안정적인 수소 연소 기술 등을 바탕으로 수소혼소 발전에 쓰이는 수소 비율을 점차 높일 방침이다. 수소혼소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소산화물 배출 문제도 자체 기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화임팩트는 이 같은 기술을 인정받아 최근 미국 린든 열병합발전소로부터 수소혼소 가스터빈 개조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를 통해 기존 가스터빈을 수소 100% 전소할 수 있도록 개조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 설비로의 전환을 이끌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몇 년 내에 100% 수소 전소 가스터빈 실증 시험을 거친 뒤 한국서부발전 서인천복합발전소 내 총 8대에 달하는 모든 가스터빈 연료를 LNG에서 수소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다만, 수소혼소율을 높이기 위해선 우선 안정적인 수소 공급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실증사업을 벌이는 가스터빈을 예로 들었을 때 수소혼소율 50%를 적용하면 24시간 기준 38t의 수소가 쓰이지만, 이를 100%로 높이면 하루 175t에 달하는 수소가 필요하다. 수소 가스터빈 상용화에 앞서 원활한 수소 공급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송 상무는 “국내에서 어떻게 수소를 생산할지, 그리고 공급할지 정부와 기업이 함께 고민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수소 가격이 여전히 비싸기에 신재생에너지 도입 초기처럼 수소혼소·수소 가스터빈 발전이 경제성을 갖출 수 있을 때까지 정부의 제도적인 인센티브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용선 한화임팩트 수소사업개발담당 상무가 지난달 30일 경기도 한국서부발전 평택발전본부에서 ‘수소혼소 발전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화임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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