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엔 평소보다 5배 많은 인파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탄핵소추안 통과를 요구하는 집회가 국회 앞에서 열리면서다. 앞서 진행된 첫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이 정족수 부족으로 무산되자 정치권 압박을 위해 이날 집회에 더 많은 시민들이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형형색색 응원봉을 들고 함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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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에 따르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가 시작된 지난 14일 오후 4시 기준 서울 여의도 생활인구는 51만 8000여명으로 집계됐다. 대규모 집회가 진행되지 않았던 토요일인 지난달 30일 같은 시간 여의도 생활인구가 9만 8100여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집회 당시 평소보다 5배 이상 많은 생활인구가 여의도에 머물렀다는 의미다.
생활인구란 ‘특정 시점’(1시간 단위)에 ‘특정 지역’에 존재하는 모든 인구를 의미한다. 서울시가 보유한 공공 데이터와 통신 데이터로 측정해 추계한다. 통신 데이터를 보정해 추정치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완벽히 정확한 수치라고 볼 순 없지만 집회 규모를 추정하거나 성별·세대별 집회 참여 인원을 짐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집회 당일 시간대별로 보면 여의도 생활인구는 정오 15만 2800여명을 시작으로 오후 1시 22만 400여명→오후 2시 32만 7200여명→오후 3시 44만 5900여명→오후 4시 51만 8000여명 등 집회 시작을 앞두고 점차 증가했다. 첫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되던 지난 7일 오후 4시 여의도 생활인구 36만여명보다 16만명가량 더 모인 셈이다.
집회에 참여한 인원을 구체적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 7일 집회와 마찬가지로 20·30대 여성의 참여 비중이 가장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30일과 지난 14일 집회 당시 생활인구 수를 비교했을 때 20대 여성은 7만 5100여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모든 연령과 세대에서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30대 여성도 4만 9600여명 증가했다.
또 40·50대의 참여 비중도 높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평소보다 집회 당시 여의도에 머물렀던 50~54세 남성은 2만 5100여명, 45~49세 남성은 2만 3400여명 각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남성의 연령대별 증가 폭 중 가장 큰 규모다. 같은 시간 45~49세 여성도 2만 5600여명, 50~54세 여성도 2만 1700여명 늘었다.
아울러 여의도 내 4개 지하철역 하차 인원도 5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지하철 호선별 역별 승하차 인원 정보’를 분석한 결과, 지난 14일 여의도·국회의사당·여의나루·샛강 등 4개 역에서 하차한 인원은 총 27만 4700여명이었다. 지난달 30일 총 하차 인원(5만 6400여명)의 약 5배 수준이다.
한편,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대규모 집회 장소도 대통령 탄핵 심판의 최종 결정 권한을 쥔 헌법재판소 인근인 광화문으로 옮겨갈 예정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 대개혁 비상행동’은 오는 21일 오후 3시부터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범국민 대행진을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