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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미국의 유럽 동맹국은 트럼프의 이번 중동·유럽 순방에 대해 우려도 했지만 ‘예상보다는 나았다’며 안도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27일 이탈리아에서 귀국하기까지 총 아흐레의 중동·유럽을 순방했다. 유럽연합(EU)의 중심부인 벨기에 브뤼셀을 찾고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 참석하기도 했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유럽 동맹국이 이번 순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양면을 봤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처럼 순조로웠던 건 아니었지만 우려했던만큼 최악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유럽 내 지도자들의 우려는 컸다. 트럼프가 지난해 대선 기간 때부터 올 1월 취임 후까지 유럽 동맹국 대신 러시아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인데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기후협약 폐기를 공언하고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유럽 동맹국으로선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골칫덩이였고 이번 순방을 맞아 우려도 컸다.
결과 역시 최악은 아니라는 평가다. 올해 G7 정상회담 공동 성명에선 2015년 파리 기후협약에 대해 미국을 뺀 6개국이 찬성한다고 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하기는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자유무역에 대해선 동맹국의 의견에 따랐다.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공동 대응한다’는 공동 성명을 낸 것이다. 트럼프는 또 서방 동맹국과 보조를 맞춰 우크라이나 내정 개입에 따른 대 러시아 경제 제재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G7 정상회의 의장국인 이탈리아의 파올로 젠틸로니 총리는 “트럼프는 회의 참석국들의 얘기를 들으려 했고 호기심을 갖고 질문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브뤼셀에서 나토 관계자들에게 동맹국들이 충분한 비용을 내지 않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유럽 내 나토 중심국으로 꼽히는 독일에 대해서도 대미 무역 흑자를 이유로 ‘나쁜 사람들’이라며 대립각을 세웠다. 독일의 한 관료는 “트럼프가 고립을 택한다면 중국이 세계 중심국가가 되는 시기를 앞당기게 될 뿐”이라고 혹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