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수산시장 철거 강행…수협VS상인 '무력 충돌'(종합)

노량진 구시장 불법점유자 명도 강제집행
수협 “정상화 위한 강제집행 불가피” 주장
상인들 "수십년 삶의 터전 못 물러나” 항의
30분간 몸싸움·대치 끝 명도 집행 인력 철수
수협 VS 시장상인 간 갈등 계속 이어질듯
  • 등록 2018-07-12 오전 9:55:47

    수정 2018-07-12 오후 1:33:26

구 노량진 수산시장 명도소송강제집행이 실시된 12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명도집행관계자들과 구시장 상인 등이 충돌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성훈 조해영 최정훈 기자] 노량진 수산시장을 불법 점유한 상점에 대한 강제집행이 예정된 12일. 오전 8시쯤 수협 직원 150명과 노무 용역직원 150명 등 300여명이 구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긴장감이 감돌았다. 40분간의 대치 끝에 집행관들이 시장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상인들이 막아서며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일부 상인들은 “전통시장을 박살 내는 수협은 사라져라”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오전 8시 45분쯤 집행관이 집행 내용을 확성기로 고지했지만 상인들이 호루라기를 불면서 고지 내용을 방해했다. 수협 관계자는 “남은 상인 270명 가운데 70명은 협상을 거부했다”며 “남은 상인 가운데 명도소송이 완결된 곳을 집행할 것”이라며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현장에 나선 한 집행관이 “명단에 있는 사람들 연락 안 되면 9시에 진입 하자”고 말하자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전 9시쯤 시장 내부로 들어가려는 철거 집행 인원과 이를 막아선 상인들이 충돌하면서 몸싸움이 격해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사람들은 물병을 던지거나 욕설을 하고 집행관들의 안경을 빼서 던지기도 했다.

30분간의 몸싸움 끝에 집행관들과 수협 직원들이 현장에서 철수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수협 관계자는 “집행관들이 9시 30분에 철수했고 오늘과 내일 추가적으로 명도 집행할 예정은 없다”고 말했다

수협이 구(舊)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명도소송 승소에 따른 강제집행에 나서면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수협 측은 2016년 현대화시장 개장 이후 2년 넘게 ‘두 집 살림’을 해온 수산시장을 더는 방치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반면 상인들은 “전통시장 강제집행은 유례없는 일이다”며 무력 충돌로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서울 중앙지법 집행관들은 신시장 이전을 거부하고 구 노량진 수산시장을 불법 점유한 상인 95명(점포 92개)을 대상으로 이날 오전 강제집행에 나섰다. 강제집행 대상은 대법원 선고로 확정 판결을 받은 점포들로 법원이 강제집행 예고장을 배부한 곳이다.

수협은 “법원 판결에 따라 구시장 불법점유자에 대한 강제집행을 벌이는 한편 입주를 희망하는 상인은 신시장으로 입주할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구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철거하겠다는 의미다.

노량진 수산시장을 불법 점유한 상점에 대한 강제집행이 예정된 12일. 서울 영등포구 노량진 수산시장 구시장 입구에서 수협직원들과 구시장 상인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조해영 기자)
이에 상인들은 “수십년 간 지켜온 터전을 이렇게 빼앗길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 관계자는 “아무리 법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해선 안 된다. 30~40년 동안 지켜온 구시장을 시민의 시장으로 복원해 나가야 한다”며 “많은 재래시장이 현대화라는 명목으로 쫓겨나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강제 집행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시장 입구에서 연대 발언에 나선 민주노점상연합회(민주노련) 관계자는 “(정치인들은) 선거 때는 동정 호소해놓고 당선되니 오지도 않는다”며 “용역 깡패 행정집행은 이제 서울에 더 없다고 해놓고 뭐하는 짓인가. 우리의 터전을 우리가 지키겠다”고 말했다. 비상대책총연합회 관계자도 “전통시장 강제집행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며 “한 치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수협이 행정집행 위해 나오겠다는 데 (우리는) 목숨 걸고 저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2004년부터 수산물 유통체계 개선을 위한 국책사업으로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에 착수했다. 건립된 지 48년이 지나 노후화된 구 노량진 수산시장을 철거하고 신시장을 개장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2016년 3월 신시장이 개장됐지만 일부 상인들은 목 좋은 상권을 잃는다며 상점 이전을 거부했다. 수협·서울시 등이 50여 차례 협상에 나섰지만 이들은 ‘구 수산시장 존치’를 요구하며 불법 점거를 해왔다.

노량진 수산시장을 불법 점유한 상점에 대한 강제집행이 예정된 12일. 서울 영등포구 노량진 수산시장 구시장 입구에서 수협직원들과 구시장 상인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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