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하정민기자] 금리스왑(IRS) 시장에 다시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채권수익률보다 IRS 레이트가 더 낮은 기이한 역전 현상이 극단까지 치닫고 있다.
25일 본드-스왑 스프레드는 2년물이 전날대비 5bp 좁혀진 -32bp로, 3년물은 1bp 좁혀진 -8bp로, 5년물도 1bp 줄어든 -9bp를 기록했다. 심지어 10년물 스왑 스프레드도 마이너스로 돌아서 -3bp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발행한 2년물 통안채보다 은행간 스왑레이트 수익률이 30bp 이상 낮은 이상 현상이 발생한데다 더욱 심화될 기미가 보이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최장기물인 10년물 스프레드마저 마이너스를 기록, 스왑딜러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날 IRS 1년물은 전일대비 5bp 떨어진 5.12%(offer, bid의 중간 값으로 산업은행 호가 기준)을 기록했다. 2년물은 12bp 떨어진 5.48%, 3년물도 12bp 떨어진 5.67%, 5년물도 12bp떨어진 6.08%를 기록했다.
CRS 2년물은 전날보다 12bp 낮은 5.12%, 3년물은 11bp 낮은 5.32%, 5년물은 11bp 낮은 5.75%로 마쳤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본드-스왑 스프레드 축소현상이 도무지 사그라들 기미가 없다. 5월에는 일부 은행들의 강력한 IRS 리시브(receive: 채권매수 효과, 고정금리 수취) 포지션이 스왑시장 대란을 가져왔지만 이제는 국채선물 고평가 및 단기자금시장 악화가 스왑시장을 벼랑끝으로 내몰고있다.
스왑딜러들은 "본드-스왑 스프레드가 `황당한` 수준까지 떨어져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며 "현물 딜러들로부터는 스왑시장 왜곡이 최근 채권시장 이상 강세를 촉발시켰다는 비판까지 받고있어 마음이 편치않다"고 토로했다.
◇더 이상 못 버틴다..일부은행 2년물 손절
그간 페이(pay: 채권매도 효과, 고정금리 지급) 포지션을 취했던 몇몇 은행들은 견디다못해 결국 손절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장참가자는 "이날 프랑스계 한 곳, 영국계 한 곳이 2년물을 집중적으로 오퍼했다"며 "레벨마다 치고 내려오는 모습을 봤을 때 손절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개장초 5.60%에서 거래됐던 IRS 2년물은 종료직전 5.47%에서도 거래가 체결됐다. 3년물도 5.67%까지 밀렸다. 개장초 국채선물이 잠시 하락세를 나타낼 때 2년, 3년물에 일부 페이 시도가 있었으나 곧 사라졌다. 전일과 마찬가지로 1년물 페이 압력은 여전했으나 막판 국채선물 폭등으로 주춤해졌다.
미국계 은행 한 딜러는 "오늘은 그나마 좀 거래가 됐지만 최근 일일 스왑 거래규모가 3000억원을 밑도는 날이 허다하다"며 "시장이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오늘도 비드-오퍼가 뒤집히는 일이 많았고 초이스(choice)도 여러번 걸렸다"고 토로했다.
그는 "손절에 나선 한 은행과 자주 거래도 했는데 항상 리시브를 하길래 포지션 운용을 매우 잘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 곳 마저 스탑에 나설 정도니 다른 은행들의 형편이 짐작할 만하다"고 말했다.
다른 딜러는 "거래할 형편도 안 되지만 크레딧도 꽉 차있어 상계(netting)까지했다"며 "조금 기다리면 진정되겠지 하다가 이 지경까지 왔으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난국 타개는 이렇게..단기자금사정 악화가 걸림돌
스왑딜러들의 관심사는 오직 현 상황을 어떤 식으로 타개할 것이냐에 쏠려있다. 대부분의 딜러들이 제시하는 의견은 "스왑에서 깨지더라도 현물이나 선물매수를 통해 이익을 얻겠다"는 것이다. 실제 몇몇 은행들은 `선물 매수-스왑 페이`를 하되 스왑 페이규모보다 선물 매수규모를 늘리는 `Overweight 전략`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평가방법이 다르긴 하지만 스왑에서 깨지더라도 다른 쪽에서 먹는 걸로 버티겠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계정 포지션까지 끌어와 채권매수를 계속할 것"이라며 "1년6개월짜리 채권을 사고 스왑을 페이한다거나 3년짜리 금융채를 사고 스왑을 페이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미국은행 딜러는 "일단 포지션을 좀 줄이되 상품을 엮어서 자금 플로우를 만들 것"이라며 "보험사 쪽 고객과 자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채선물 고평가로 더이상 선물을 매수하긴 어렵고 결국 `현물 매수-스왑 페이` 혹은 `현물 매수-선물 매도`를 할 수 밖에 없다"며 "후자 쪽이 좀더 효과적인 대안이지만 자금사정이 여의치않은 외국계로선 채권을 매수하기가 어려우니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다른 딜러도 "매수 차익거래를 하는 투자자들이 제법 눈에 띄었고 국채선물 종료직전에 직접 시도하려했지만 여의치 않았다"며 "한은 쪽에서 채권매수를 시도할 만큼의 자금지원을 해주지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른 유럽은행 딜러는 "`죽을 때 까지 패기` 보다는 `죽기 전에 패야할` 시기가 지금"이라며 "3년물과 5년물 리시브라면 몰라도 1년, 2년물에서 추가 리시브 포지션을 잡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 가장 괴로운 시기임은 분명하지만 콜금리 추가인상이 예상보다 빨리 이뤄질 수도 있다"며 "지금 깨지더라도 시장에 변화조짐이 보일 때 무지막지하게 페이를 시도할 여력을 비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