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현장은 참담합니다. 30여간 과학자로 생활해왔지만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기에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고자 합니다.”
|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박사.(사진=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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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19일 연구개발특구기자단 기자실을 찾아 이같이 설명했다. 드라마 KAIST 여주인공의 실제 모델이자 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인 황 박사는 더불어민주당이 영입인재 6호로 영입한 과학계 대표 인사다. 천문연과 KAIST 등에서 인공위성을 만들거나 후학들을 키우던 그가 지난 성과를 놔두고 정치권으로 뛰어든 이유는 R&D 삭감에 따른 현장의 어려움을 내버려 둘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황 박사는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추천위원 추천을 거쳐 다양한 인사들을 검토한 결과, 인재로 영입하고 싶다고 제안을 해왔다”며 “비례후보일지 지역구로 총선에 출마할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국회 입성을 목표로 준비를 해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야당의 제안 수락 배경에는 정부의 R&D 카르텔 지적과 예산 삭김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황 박사는 “연구를 왜 해야 하냐는 현장의 자괴감이 있었고, 정치권이 예산을 계속 삭감해도 가만히 있는 과학계를 대변하고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황 박사에 따르면 현재 연구개발 현장은 R&D 삭감으로 아수라장이 된 상태다. 정부는 학생연구원 등 신진연구자들을 위한 처우에 힘쓰고 있고,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고만 홍보하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황 박사는 “연속 과제를 하던 분들은 최대 85% 가량 연구비가 삭감됐고, 박사후연구원이나 학생인건비를 주지 못해 앞으로 신규 학생들을 받지 못한다는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며 “인건비 풀링제를 통해 다른 과제에서 인건비를 지원해주도록 한다지만 다른 과제도 힘든 상황인데다 기관 고유사업비도 깎여 학생들의 논문이 완성되지 않아도 조기졸업을 시키거나 급여를 줄이는데 동의하라고 권유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황 박사는 앞으로 국회에 진입해 정권이 바뀌더라도 5%대 연구개발 투자비중을 유지하도록 하는 법안 발의를 하는 등 과학계를 위한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황 박사는 “과학자가 정치에 뛰어드는 부분에 대해 주변에서도 염려하고 있다”며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에 과학 강국을 위해 당을 초월해 역할을 하고 과학기술인들이 긍지를 가질 수 있는 정치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