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文정부 러브콜에도 대답없는 北

종전선언 다시 빼든 文 숨가뿐 임기말
교황방북·산림협력 '외교전' 총력전
3년 만에 '교황 방북' 의지 재확인
대북 전문가 "北호응 가능성 미지수"
코로나 봉쇄 변수·추가 도발 나설수도
  • 등록 2021-11-03 오전 11:00:00

    수정 2021-11-04 오후 2:30:04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임기 말 문재인 정부가 ‘연쇄 외교전’을 통해 북한에 잇단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최근 2개월여 동안 종전선언(9월21일)을 시작으로, 교황 방북(10월29일), 남북 산림협력(11월1일)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3단 콤보’ 대북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文정부 러브콜에도 대답없는 北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임기를 6개월여 남겨두고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협상 재개의 물꼬를 트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인 것이지만, 임기 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화의 ‘키’(Key)를 쥔 북한이 한미를 향해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한 뒤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호응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산림협력, 남북관계 ‘게임체인저’될까

문재인 대통령은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남북한 산림협력을 재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 정상회의에서 “남북한 산림협력으로 한반도 전체의 온실가스를 감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와 관련해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실현 가능한 것이고 문 대통령이 다목적 포석을 두고 굉장히 좋은 제안을 한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과 남북, 북미관계 개선과 협상에 도움이 되는 선순환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무부처인 통일부도 곧장 남북 산림협력 진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북 산림협력은 지난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평양공동선언’에 포함돼있는 의제다. ‘평양공동선언’에는 ‘남북이 자연생태계의 보호 및 복원을 위한 남북 환경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우선 현재 진행 중인 산림분야 협력의 실천적 성과를 위해 노력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남북은 그해 10월부터 두 차례 남북산림협력 분과회담을 개최해 산림 병충해 공동방제나 양묘장 현대화 사업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 및 북미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관련 논의도 멈춘 상태다.

현재 남북관계는 최저점에 이른 상태다. 북미 대화 재개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고 국제사회가 보는 한반도 정세는 남북의 미사일 발사로 비롯된 군비경쟁 양상이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의 이번 산림협력 언급은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빼든 종전선언에 이어 유럽 순방길 프란치스코 교황 방북 제안까지 다양한 카드로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시도로 읽힌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 스코틀랜드 이벤트 캠퍼스(SEC)에서 열린 국제메탄서약 출범식에 참석, 국내 메탄 감축 방안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화 먼저 응하라는 美, 선결 조건 강화한 北

종전선언도 그중 하나라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에 종전선언 재추진 의사를 밝히기 전, 2018년과 작년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종전선언을 빼든 바 있다. 다만 종전선언 구상을 두고 한미 간 ‘순서·시기·조건’에 대해 이견이 있어 정부는 외교력을 총동원해 미국 설득 작업에 나서는 중이다.

북한 역시 종전선언에 대한 기대감은 없어 보인다. 원래 북한은 비핵화 조치와 교환하는 것이 아닌, ‘조건 없는 종전선언’이라면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최근 김여정 부부장 담화를 통해 ‘적대시정책과 이중기준 철회’를 새로운 조건으로 내걸었다.

김 위원장도 9월30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에서 “북남 사이의 불신과 대결의 불씨 요인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적대적 행위들이 계속될 것”이라고만 언급했을 뿐 이중적 태도와 적대시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하라고 일갈했다.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가 있어야 종전선언을 논할 수 있다며 당초 입장보다 더 멀어진 셈이다.

청와대는 교황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 및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촉매가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문 대통령의 임기 내 교황의 방북이 쉽지 않다는 신중론이 나오는 이유다. 남북 및 북미대화 분위기가 고조됐던 2018년에 비해 경색된 한반도 주변 환경과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도 걸림돌이다.

대화 ‘키’ 쥔 北, 침묵 속 도발 가능성

남북 대화 재개의 ‘키’(Key)는 북한이 쥐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남측의 인도주의 협력이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조건 없는 대화 제의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덜 시급한 산림협력을 추진할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 방역으로 2년 가까이 국경을 봉쇄하고 있는 상황도 변수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오히려 최근 한미를 향해 ‘이중 기준’ 철회를 들이밀고 있는 북한이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구실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 군 당국 등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전날부터 오는 5일까지 ‘전투준비태세 종합훈련’을 실시 중이다. 비공개 훈련이지만, 한국 공군의 F-35A 스텔스기를 비롯한 미국 공군 F-16 전투기 등 양국 공중전력 100여 대씩 총 200여 대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지난달 21일엔 우리 정부가 발사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에 맞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는 점에서 한미 정보당국은 북측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북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이 국방전람회 등에서 공개했던 무기 중 일부를 다시 등장시키거나, 자신들의 보복 능령, 전투기 요격 능력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실험 발사 가능성이 있다고 점치고 있다. 다만 미국이 대북관여 의지를 거읍 피력하고 있고, 베이징올림핑을 앞둔 상황에서 파급력이 큰 신무기를 섣불리 공개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계속 시험지를 내놓고 있다. 지난달 29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10월 초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을 매개로 대화 의지를 내비친 뒤 신형 지대공 미사일을 쏘며 무력 시위를 재개한 바 있다. 대화를 제의하면서도, 한쪽에선 거듭된 도발을 통해 남북관계의 확실한 주도권을 잡아 북미협상에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북한이 지난 9월28일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을 처음으로 시험 발사했다고 확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9일 “국방과학원은 28일 오전 자강도 룡림군 도양리에서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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