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투표 절차가 복잡해졌지만, 15일 서울 시내 곳곳의 투표소엔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전국 단위의 선거를 치르는 만큼 투표 사무원들은 예방과 방역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서울 동작구 강남초등학교 운동장엔 이른 아침부터 100m에 가까이 긴 줄이 늘어섰다. 투표소로 지정된 학교 강당을 찾은 유권자들이 각자 1m씩 거리를 둔 채 대기하면서 벌어진 모습이다. 이후 체온 측정을 마친 유권자들은 손 소독을 하고, 장갑을 끼고 나서야 비로소 투표소로 입장했다. 지금까지의 선거와 달리 절차가 까다로웠으나 유권자들은 누구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고 투표 사무원들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코로나19 자가격리자들은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특별 외출 허가’를 받아 한 표를 행사했다. 이들은 다른 유권자들과의 접촉을 방지하고자 오후 6시 이후 투표장에 입장했다. 투표 사무원들은 모두 방호복을 입은 채 자가격리자들이 투표소에 오자 도착시각을 명단에 써넣었다. 투표용지는 임시 투표봉투를 통해 오갔으며, 자가격리자들은 임시 기표소에서 표를 행사했다.
이러한 방식의 전국 단위 선거가 처음이다 보니 혼란도 일부 발생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투표소에선 체온계가 말썽을 부려 투표 사무원들이 유권자에게 직접 발열 여부를 물어보기도 했다. 이른 아침 낮은 기온 탓에 체온계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유권자는 투표했다는 기록을 사진으로 남기는 이른바 ‘인증 사진’을 찍으면서 정부의 방역 지침을 어겼다. 방역 당국은 교차 감염 가능성을 우려해 손등이나 장갑 위에 투표도장을 찍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여전히 손등과 장갑에 도장을 찍고 기표소를 빠져나오는 유권자들의 모습도 엿보였다.
|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성심여중·고 체육관 앞에서 만난 고등학교 3학년 문유진양은 “첫 투표를 하고 보니 새로운 마음이 들고 한 표를 행사한다는 의미를 알게 된 거 같다”며 “빈부격차를 줄여 다 같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정치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투표에 임했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은 제21대 국회에 코로나19를 해결하는 데 힘써달라고 부탁했다. 자영업자 이용일(68)씨는 “자영업자들은 안 그래도 힘든데, 코로나19까지 덮쳐 다 죽기 일보 직전이다”라며 “이번에 당선되는 국회의원들은 좀 싸우지 말고 서민들을 살게 해주는 데 힘을 써야 한다”고 성토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잠정 투표율이 66.2%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 전체 유권자 4399만4247명 중 2912만8040명이 참여한 수치다. 이번 투표율은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 최종 투표율과 58%와 비교해 8.2%포인트 높았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치러졌으나 28년 만에 총선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