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2023년 글로벌 크레딧 전망 : 탈출이 쉽지 않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전망을 내놨다.
최근 크레딧 시장 안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올해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에너지 위기, 고물가 등으로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글로벌 경제 성장세는 둔화했지만, 일부 완화하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내년 하반기에는 크레딧 상황도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S&P는 많은 국가에서 인플레이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중앙은행은 당분간 매파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금리인상이 인플레이션 진정으로 이어지기까지 시차가 있는 만큼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으로 인해 공급 병목현상이 여전하고, 물가상승에 따른 소비둔화와 금리상승에 따른 투자 위축 등까지 더해지면서 주요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소비재나 유통처럼 재량지출에 의존하는 업종과 화학 등 에너지 집약적인 업종, 주택 등 금리에 민감한 부분이 가장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반면 원자재, 에너지 생산 업종은 현재 환경에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부분 국가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고 내년 상황도 녹록지 않다. S&P는 내년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0.1%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상반기에 약하지만 불황이 찾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유로존 경제는 내년 제자리에 머물 것이고, 중국 경제성장률은 4.8%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기대치)을 낮추고 안정적인 금리수준으로 되돌리겠다고 하는 것은 정책금리가 여전히 더 높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미국 연준의 정책금리는 내년 2분기 5~5.25%까지 오르고 유럽중앙은행의 금리는 1분기 2.25%까지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모든 국가가 신용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달러 강세와 에너지 및 식품 가격 상승, 글로벌 수요 둔화 등으로 특히 신흥국이 받을 압박이 크다고 진단했다.
지역 불문하고 어느 방향이든 통화정책이 실제로 잘못됐거나 그렇다고 인지하는 순간 크레딧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금융 및 실물자산 가격의 급격한 조정, 대출 이자비용 급상승, 자금조달 난항 등도 초래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부채가 많은 경우와 신용등급이 낮은 대출자들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장기간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상당수 대출자들은 충분한 버퍼를 쌓았기 때문에 한동안은 많은 업종에서 신용의 질을 유지하면서 어려운 상황을 견딜 수 있을 것으로 S&P는 전망했다.
그러나 비금융 기업의 29%가 신용등급 ‘B-’ 이하일 만큼 팬데믹 이전보다 신용등급이 낮아졌고, 부채는 늘어난 상황이라는 점을 우려했다.
물가가 오르고 주요국들이 침체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은 비용증가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어려워졌고,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의 투기등급 기업 채무불이행률은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