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시위에 등장한 '탈모병아리 협회'…NYT "분노의 새로운 방식"

NYT, 탄핵 시위 깃발의 ‘풍자와 해학’ 조명
"깃발 존재가 긴장도 완화 효과 내"
  • 등록 2024-12-23 오후 1:07:50

    수정 2024-12-23 오후 1:07:50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에 ‘이색 깃발’이 등장해 눈길을 끈 가운데 외신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퇴진 촉구 대규모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이색 깃발. (사진=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밈과 농담과 고양이…정치 시위에 패러디를 활용하는 한국인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시위에 등장한 깃발을 소개하며 그 배경을 분석했다.

NYT는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거리로 나선 한국인 중 일부는 농담과 풍자를 통해 분노를 표현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지난 탄핵 촉구 집회 현장에서 실제로 시민들이 들고 나온 다양한 ‘패러디 깃발’ 사진을 소개했다. 깃발에는 ‘만두노총 군만두노조’, ‘방구석 피자토핑 연구회’, ‘전국 멀미인 연합’, ‘냉동실 발굴단’, ‘일정밀린 사람 연합’ 등이 있었다.

또 ‘빡친(화난) 고양이 집사 연맹’, ‘전국 탈모병아리 협회’, ‘전국 해달은수달이아니야 협회’ 등 동물을 활용한 풍자의 사례들도 포함됐다.

NYT는 “깃발 속의 단체들은 실존하지 않는 곳으로, 노조나 교회·학교 등 실제 단체들을 패러디한 것”이라며 “이는 윤 대통령에 반대하는 연대감을 형성하는 데 유머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현상은 대통령 퇴진 요구와 같은 심각한 시위조차 매력적이고 낙관적이며 축제와 같은 분위기일 수 있다는 것을 한국인들이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해외 언론들은 이른바 MZ식 집회 문화에 주목했다. AFP통신은 “K팝 속에서 참가자들이 즐겁게 뛰어다니고, 형형색색의 응원봉과 LED 촛불을 흔드는 등 일부 시위는 댄스파티를 연상케 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연세대 사학과 이기훈 교수는 NYT에 “이들은 ‘정치적 단체와 아무 관련이 없는 우리들에게도 이 상황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며 깃발들의 존재가 긴장도를 완화해주는 효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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