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중국 정부는 현지 온라인 드라마 시장의 사전 심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4월 1일부터 도입된 심의 제도에 따라 이치이 투도우 등 중국 동영상 사이트에서 방영되는 해외 드라마는 3인으로 구성된 심의위원으로부터 사전 심의를 받았다. 심의를 한다는 게 명목이지만 실제로는 한국 드라마의 중국 시장 유입을 중국 정부 주도로 조절하겠다는 속셈이다.
거듭된 제도의 강화로 중국 드라마 시장은 불과 몇개월 만에 체질을 바꿨다. 각 성마다 자리 잡은 방송사와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한 중국 동영상 사이트에서 한국 드라마 방영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 양보다 질, 스타성보다는 작품성을 따지는 시대가 왔다.
중국은 최근 될만한 한국 드라마를 입맛에 따라 고르고 있다. 더 이상 한류 스타라는 이름값만으로 흥행을 보장하기 어렵게 됐다. 현빈과 한지민이 주연한 ‘하이드 지킬, 나’가 2회부터 큰 폭으로 조회수 하락세를 본 사례가 대표적이다. 드라마는 재미가 없으면 공짜라도 안보는 게 현실이어서 더이상 매력을 갖지 못한 한국 드라마를 중국 인터넷 유료 사이트에서 시청하려는 이들도 줄어들었다.
각성의 목소리는 스타의 몸값을 두고 높아지고 있다. 1억원. 스타급 남자배우가 미니시리즈 한 회당 받는 출연료다. 이들이 출연하는 드라마의 회당 제작비가 3억원에서 4억원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 20%의 비중을 차지하는 큰 액수다. 스타급 배우가 출연하면 해외 판권 수출이 어느 정도 보장됐기 때문에 이들의 출연료에는 ‘기대요인’이라는 거품이 끼게 됐다. 일본에 이어 중국 시장의 벽이 날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회당 1억원 출연료는 가당치 않다. 회당 20만 달러에 드라마가 수출됐다는 얘기는 옛말이 됐다.
톱스타가 드라마에 출연할 때 제작비의 4분의 1을 받는 행태는 결국 드라마의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오히려 드라마의 흥행에 따라 추가 수익을 받는 형태의 계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동안 드라마는 광고 수익 등 흥행에 따른 수입이 대부분 방송국의 차지가 되다보니 제작사와 배우간 러닝개런티 계약 자체가 어려웠다. 하지만 중국과 한국 드라마가 TV가 아닌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 변화를 맞으면서 출연료 지급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드라마 제작사는 사전제작을 통한 판권 확보로 수익을 극대화하거나, 방송사에서 10%, 15%, 20% 등 시청률 구간에 따라 제작비를 정산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최근 이영애가 SBS ‘사임당-더 허스토리’로 ‘대장금’의 성공신화를 다시 써 ‘한외령’을 넘기에 나섰다. 이영애는 드라마 출연으로 1억원이 넘는 출연료를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영화배우 러닝개런티의 변형된 형태로 해외 프로모션 수익 등을 받는다. 자신의 이익만 따지는 대신 한국 드라마 시장의 성장이라는 큰 틀에서 배우 스스로 몸값을 책정하는 변화를 이영애가 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