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R&D 수행기업 10곳 중 9곳 “예산 감액 동의 못해”[2023 국감]

기정원 ‘중소기업 R&D 수행기업 설문조사’ 결과
기술 고도화 계획 차질·연구인력 손실 등 우려
동의 못하지만 투자비·고객사 고려해 연구 계속
“설문조사 후 결과 분석 안해…협박이 목적인가”
  • 등록 2023-10-27 오후 1:41:04

    수정 2023-10-27 오후 1:41:04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중소기업 연구개발(R&D) 과제 수행기업 10곳 중 9곳은 정부 예산 삭감으로 인한 연구개발비 감액에 대해 동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고도화 계획에 차질을 빚는 등 사업 어려움이 예상돼서다.

중소기업 R&D 수행기업 설문조사 결과.(출처=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기정원)으로부터 받은 중소기업 R&D 수행기업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 삭감에 따른 연구개발비 감액에 대해 85.6%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번 설문은 기정원이 지난 4~6일 서울과 대전 등에서 중소기업 R&D 수행기업 104곳과 만나 진행한 것으로 예산 감액 시 기업의 대응 방안을 파악하기 위해 마련했다.(참조 이데일리 10월26일자 [단독]“R&D 자금 80% 삭감, 소송할건가?”…중기부, 수행기업 ‘떠보기’>)

내년도 중소기업 R&D 예산은 1조3208억원으로 올해(1조7701억원) 대비 25.4% 줄어 기업에 제공하는 연구개발비 역시 감액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응답 기업들은 연구개발비 감액으로 인해 △자체 기술 고도화 계획 차질(35.9%) △핵심 연구자 이탈 등 연구개발 역량 손실(31.9%) △경쟁사 대비 기술력 하락(16.3%) △매출 감소(15.9%) 등의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연구개발비 감액 시 연구인력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80.8%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연구인력을 2명 이상 축소한다는 기업이 35.6%로 가장 많았으며 4명 이상 축소한다는 답변도 10.6%로 나타났다.

다만 응답 기업 72.1%는 R&D 지원 예산이 감액되더라도 과제를 계속 수행하겠다고 답변했다. 중단하겠다는 답변은 25%에 불과했다.

그 이유로는 △그간의 R&D 투자비용 고려(29.1%) △투자사·고객사와의 약속(25.0%) 순으로 나타났다. 감액에 동의하지 않거나 감액으로 인한 손해가 우려되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과제를 이어나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협약 변경 불수용 기업 89곳 중 74개사(83.1%)는 다른 정부 지원 수단이 제공될 경우 협약 변경을 수용하겠다고 응답했다. 희망하는 정부 지원 정책으로는 ‘추가 R&D 과제 연계 지원’이 55.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한편 중기부와 기정원은 해당 설문조사를 마친 후 20여일간 분석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오전 국회 산자중기위의 중기부 종합감사에서 김용민 의원의 지적을 받자 몇 시간 후 분석 결과를 제출했다.

김 의원은 “중기부는 요청 1~2시간 만에 분석 결과를 가져왔다”며 “이렇게 빨리 분석할 수 있었던 내용을 그동안 분석하지 않았던 것은 설문조사 자체가 목적이었던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R&D 수행기업들이 (연구개발비 감액에 따른) 소송을 제기할까 봐 중기부가 미리 협박용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이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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