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7단독 김슬기 판사는 위증 혐의를 받는 황모(55)씨에게 지난달 30일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황씨는 지병으로 사망한 국내 대학교수 A씨의 수행비서로, A씨가 사망하기 직전인 2018년 10월 A교수와 알고 지내던 김모(63)씨의 제안을 받고 ‘산울림’을 포함해 A교수가 소장하고 있던 김환기 화백의 작품들을 몰래 빼돌리기로 했다.
황씨는 A교수가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한 뒤인 2018년 11월 말 A교수의 집 창고에 들어가 그림을 몰래 꺼내 보관했다가 지난해 4월 매수인이 정해지자 그림을 김씨에게 전달했다. 김씨는 해당 그림을 팔아 39억 5000만원 상당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황씨는 그림을 옮겨준 대가로 김씨로부터 합계 9억원을 받은 뒤 5억원을 돌려줬다.
그러나 초기 수사과정에서 황씨와 김씨는 모두 범행을 부인했다. 특히 산울림을 빼돌려 39억 5000만원을 챙긴 김씨는 “A교수로부터 그림 판매에 관한 위임을 받았고, A교수가 입원한 병원에 방문해 그림 판매대금을 사용할 것을 허락받았다”며 A교수의 의사대로 그림 판매를 진행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수행비서 황씨 역시 지난해 10월 김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18년 11월 김씨가 A교수의 병문안을 왔고, 대화 말미 A교수가 ‘이번에는 좀 도와주고 싶은데 아들 문제도 있고’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황씨는 또 ‘김씨가 그림을 가지고 있는 경위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황씨는 경찰이 자신이 사용한 수표내역을 확인하는 등 수사망을 좁혀오자 자신의 허위 진술에 심적 부담을 느꼈다.
황씨는 또 “A교수의 건강 상태가 나빠지자 제가 작품 8점을 자택과 제3의 장소로 차례로 옮겼다”며 자신의 범행을 자수했다.
이들이 빼돌린 그림의 감정가는 109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황씨는 산울림을 제외한 빼돌린 그림 7점은 유족들에게 반환했다.
김 판사는 “위증한 내용이 사건 중요 부분에 해당한다”며 “다만 스스로 특수절도죄 등으로 처벌받을 것을 감수하고 위증 사실을 자수했고, 피고인의 위증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산울림’ 사건 주범인 김씨는 황씨와 중개인 등의 위증이 밝혀진 뒤 특경법상 횡령 혐의에 절도 혐의가 추가돼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김씨와 검찰 측이 항소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황씨는 애초 증인 신분으로 기소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김씨와 공모해 그림을 빼돌렸다는 사실을 자수한 뒤 특수절도죄로 기소돼 지난 9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빼돌려 팔아치운 작품 ‘산울림’은 고(故) 김환기 화백이 뉴욕에서 생활하던 1973년 완성한 것으로, 작품명은 ‘10-V-73 314’다. 현재 ‘산울림’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