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교육당국이 사교육 카르텔·부조리에 대한 집중 단속에 착수한 가운데 서울 대치동·목동 등 이른바 ‘교육 특구’ 내 학원들이 개강을 한 주씩 미룬 것으로 확인됐다. 학원들은 개강 연기 이유로 ‘내부 사정’을 들고 있지만, 정부 단속에 앞서 강의실 초과 수용 등 문제될 만한 부분을 부랴부랴 시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지난달 29일 학생들이 서울 대치동 학원가를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5일 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시대인재 대치·목동, 메가스터디 러셀 대치·강남 등의 단과 강좌 개강이 한 주씩 미뤄지고 있다. 한 수강생은 최근 ‘8일 개강 예정이었던 수능 국어 A강사 개강일이 한 주 뒤로 변경됐음을 안내드린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수강생들에게 ‘개강 연기’를 통보한 학원들은 공통적으로 국세청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된 곳들이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달 28일부터 시대인재·메가스터디를 포함해 총 5개 대형학원에 대한 세무조사를 본격화했다.
정부의 사교육업계에 대한 압박은 전방위적이다. 교육부는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를 설치, 지난달 22일부터 오는 6일까지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 사교육계에 대한 합동 현장점검을 진행하는 등 대대적 단속에 나섰다.
개강을 미룬 학원들은 ‘내부 사정’을 이유로 들고 있다. 시대인재 관계자는 “내부 사정에 따라 개강 일정을 7월 둘째 주로 맞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메가스터디 러셀 대치 관계자도 “강사 개인 사정 등으로 인해 일부 수업의 개강을 미루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학원가에선 당국의 단속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개강을 미룬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예컨대 시대인재는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는 대형 강의실에 대한 내부 공사에 착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행 학원법에 따르면 학원은 교습과정별로 시·도의 조례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교습·학습 여건을 갖춰야 한다. 서울시의 경우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에 따라 강의실은 35㎡~135㎡ 규모에 1㎡당 수용 인원은 1명 이하를 충족해야 한다. 즉 1개의 강의실의 최대 수용인원은 135명이다.
시대인재는 일부 인기강사 수업을 수강생 200명 이상으로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개강 연기도 대형 강의실에 칸막이를 설치, 강의실을 나누기 위한 공사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대인재 관계자는 이런 지적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한 학원 관계자는 “강의실 당 최대 수용 인원에 한계가 있는데 시대인재의 경우 그간 이를 무시하고 수업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칸막이 설치 공사가 한창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고3 학부모는 “7~8월이면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학원 개강이 미뤄져 걱정”이라며 “정치적 이유로 학원 단속에 나선 정부가 야속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