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원유관세와 석유수입부과금 인하로는 국내 유가를 낮추는 효과가 미미하다며 미온적인 반응이지만, 물가 폭등에 직면한 국민들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정치권의 추가 대책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
1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휘발유와 경유의 전국 평균 판매가격은 L(리터)당 2091.35원, 2095.13원이다. 하루 전보다 각각 3.74원, 4.51원 오른 것으로, 이날도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원유관세 인하 등 추가 대책을 동원해 보다 적극적으로 국내 유가 안정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장은 “기름값을 더 낮추기 위해 원유관세 인하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원유관세를 인하하면 원유로 만들어지는 모든 석유제품의 가격이 내려가 산업계 전반의 물가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구리, 석탄, 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들에 수입관세율 0%를 적용하지만, 유독 원유에는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특히 원유관세는 가격에 일정 비율로 매기는 종가세 방식이어서 지금과 같은 국제유가 급등기에는 부과액이 크게 늘어난다. 석유협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원유에 관세를 매기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미국, 칠레 등 3개국 뿐이다. 이 가운데 산유국인 미국과 칠레는 자국 원유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원유관세 인하는 2004년 4월 국내 유가 안정을 위해 시행된 적 있다. 당시 원유에 대한 관세율을 1%로 내린 후 줄곧 1%의 할당관세율을 적용해 오다가 2009년 3월 3%로 환원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현행 3%인 원유 관세율을 0%로 낮추면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2.7% 인하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2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석유수입부과금을 우선 손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제품에 리터당 16원의 석유수입부과금을 매겨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에특회계)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에특회계는 산업부가 운용·관리하는 특별회계로, 예산 당국의 느슨한 통제로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어 `산업부 쌈짓돈`이라 불린다.
산업부 관계자는 “고유가 충격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석유수입부담금의 한시적 인하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고유가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석유수입부과금을 인하해 리터당 16원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