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겸의 일본in]태어나지도 않은 서태웅을 기다리는 이유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
"요즘 왜 서태웅 없나" 한탄에 "옛날에도 없었다"
'업기'가 멜로 영화 필살기라는데…일상에선 누가?
"벨 에포크는 지금" 12년 전 메시지 다시 보는 듯
  • 등록 2023-02-27 오후 1:30:00

    수정 2023-02-27 오후 1:30:00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90년대 소년만화 3대장 ‘슬램덩크’의 극장판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인기다. 일본에서 지지리도 인기 없던 농구를 단숨에 부흥시킨 주역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농구팬들의 심장도 뛰었다. 기간 한정 팝업스토어를 찾는 슬램덩크 팬들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았고, 심지어는 국경도 넘나든다. 실제 배경이 된 일본 가나가와현이 아닌 부산에서조차 기어코 닮은꼴을 찾아내 ‘성지순례’를 떠나는 팬심이란.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300만 관객을 돌파한 16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을 찾은 시민들이 슬램덩크 홍보물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누군가는 한탄한다. “슬램덩크에 나오는 상남자 스타일 만화주인공은 요새 왜 없느냐!” 또 다른 누군가는 반박한다. “그 당시에도 없었다!” “서태웅 같은 남자는 태어난 적도 없다!”

넷플릭스 드라마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도 인기다. 1999년 “당신과의 첫 키스는 담배 맛”이라며 첫사랑을 노래한 일본의 ‘국민 여동생’ 우타다 히카루의 데뷔곡 ‘퍼스트 러브’와 20년 후 발표한 ‘하츠코이(첫사랑)(2018)’을 모티브로 한다.

누군가가 분석했다.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가 엄청나게 히트하면서 다시 멜로 영화나 드라마에 관심이 쏠린다고. 성공한 멜로 드라마 영화에는 공통적인 필살기가 있다고. 바로 남자 주인공의 여자 주인공 ‘업기’ 장면이라고.

넷플릭스 드라마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사진=넷플릭스)


누군가는 의문을 가진다. 과연 일상에서 ‘업기’ 사례가 흔할까. 일본 스트리밍 서비스 KKBOX에선 한 이용자는 열두 명이 모인 음악 관계자 모임에서 업거나 업힌 경험이 있었던 참석자는 단 두 명이었다고 회고한다. “학교 다닐 때 다리를 접지른 여학생을 보건실에 데려다 줄 때”라고 답한 남성 1명. “영화 ‘남은 인생 10년(2022)’을 본 뒤 남자친구에게 업어달라고 졸랐을 때”라고 답한 여성 1명.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의 성공 요인을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첫사랑의 아쉬움’이라고들 분석하던데, 정작 일상과는 거리가 먼 장면이 필살기인 건 왜일까. 태어난 적도 없었던 서태웅 같은 남자를 기다리고 이제 불혹을 앞둔 ‘국민 여동생’의 데뷔곡이 차트를 역주행하는 건 원래 없었던 것에 대한 그리움은 아닐까.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사진=미드나잇 인 파리)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2011)’ 에서 주인공 길에게 황금시대는 1920년대 파리였다. 겪어 본 적 없는 그 시절을 그리워하던 길은 그토록 바라던 시간여행을 하지만 정작 1920년대를 사는 아드리아나는 1890년대 벨 에포크를 그린다. ‘가장 아름다운 시절’에 산다는 폴 고갱은 르네상스 시대를 동경한다. “벨 에포크는 바로 지금”이라는 우디 앨런의 12년 전 메시지를 최근의 ‘더 퍼스트 슬램덩크’,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 열풍을 통해 다시 보는 듯하다. 마치 처음 본 것마냥.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시선집중 ♡.♡
  • 몸짱 싼타와 함께 ♡~
  • 노천탕 즐기는 '이 녀석'
  • 대왕고래 시추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