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1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중환자 의료시스템 안정적…교수 사직 발등의 불
전날 서울대의대 교수들이 정부의 빠른 전공의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18일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겠다고 정부를 압박한 상태다. 다른 대학병원들도 자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동참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을 교수와 전문의들이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교수들까지 사표를 제출할 경우 대형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야말로 ‘의료 대란’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
정부는 중환자 관점에서 이 사태가 있기 전 통계와 비교했을 때 크게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 상태로 안정적으로 유지가 되고 있다고 봤다. 다만 병원별로는, 병원별 또는 그 병원 안에 구체적인 세부 과목별로는 의료진의 잔류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봤다. 실제로 특정 병원의 특정 과목은 전공의 공백에 업무량이 크게 늘어 의료진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교수들이 나서서 전공의들이 빠르게 복귀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 장관 전공의와 대화…비정상의 정상화 시스템 손질
전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공의와의 비공개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 차관은 “전공의들이 대화하기 매우 어려운 여건에 있는 상황이고, 비공개를 요청했다”며 “구체적으로 어디의 누구를 만났는지, 그리고 어떤 내용을 논의했는지는 지금으로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대화 움직임을 계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면서 이들의 요구하는 전공의 시스템 개선을 위해 정책적 노력을 병행하기로 했다.
우선 전공의가 수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전공의는 교육·수련을 해야 하는 학생 신분이지만, 현장에서는 의료인력으로 활용해왔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비율은 약 40%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전공의가 10% 내외라는 점을 고려할 때, 비정상적인 구조다.
정부는 전문의 고용을 확대하고 전공의에게 위임하는 업무를 축소한다. 인력 간 업무 분담을 지원하는 시범사업 모델을 만들어, 2025년부터 국립대병원과 지역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적용한다. 이와 함께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를 개선하고,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확대해 전문의 중심 인력 운영을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의료기관 설립 시 의사 배치기준을 개정해 전공의를 전문의의 1/2로 산정하는 등 전문의를 보다 많이 고용하도록 한다. 대학병원의 좋은 전문의 일자리도 늘린다. 현재 1700명 규모의 국립대병원 전임교수 정원을 2027년까지 1000명 이상 확대한다. 대학병원의 임상, 연구, 교육이 균형적으로 발전하도록 지원을 강화한다.
보건의료 분야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연구를 집중 지원하기 위해 올해부터 임무 중심의 연구과제인 ‘한국형 아르파(ARPA)-H’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글로벌 수준의 연구 지원을 위해 ‘보스톤 코리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바이오헬스 분야의 기존 연구 투자 방식을 개편하고 있다.
박 차관은 “R&D 예산 감축 기조 하에서도 보건의료 분야 R&D는 전년 대비 13% 증액했다”며 “‘한국형 아르파-H’와 ‘보스턴 코리아 프로젝트’에는 올해만 1100억원 규모를 투자하고 2028년 이후까지 계속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R&D 투자 강화와 함께 의료인력이 임상뿐 아니라 연구 분야에 집중할 수 있도록 R&D 인건비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교원 확대와 더불어 연구 투자를 더욱 확대해 의학 발전은 물론, 임상현장과 연결된 연구를 통해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새로운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청년들과 후 세대에게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