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달차 4대를 불렀는데 2대밖에 안왔습니다. 오늘 방문해야할 곳이 35군데인데 걱정부터 앞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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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눈이 많이 오면 용달차 기사들이 오질 않아요. 사고 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될 수 있으니 아예 하루일을 접는거죠.”
푸념도 잠시뿐 그는 휴대폰을 들고 여기저기 전화를 하더니 햄이나 김, 식용유, 참치캔 등 각종 선물세트가 어른키 2~3배 높이로 쌓여있는 검품장 안을 들락날락했다.
검품장 주위에선 대형트럭이 후진하면서 내는 ‘삐삐삐삐’ 소리 사이로 직원 서너명이 분주히 설선물이 담긴 카트를 옮기고, 한쪽 구석에선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직원들이 팔레트 위에 쌓아놓은 선물세트가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랩으로 단단히 감싸는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다음 행선지는 시흥시 정왕동의 의류부자재 생산업체. 2층의 공장사무실에 통조림과 식용유가 담긴 선물세트를 옮기는 일이다. 선물세트 박스를 어깨에 얹고 서 팀장의 뒤를 따랐다. 차와 사무실을 3번정도 왔다갔다했을 뿐인데 숨이 거칠어졌다. 서 팀장은 “그나마 2층이라서 다행입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3~4층 건물에 선물을 나르려면 고역이죠”라며 가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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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잔점은 반월공단 외곽에 자리잡고 있어 주로 중소기업들이 직원이나 거래처에 주려고 선물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이날도 점심시간을 전후해 양복바지에 점퍼를 입고 매장을 둘러보는 40~50대 남성들을 간간이 찾아볼 수 있었다.
다만 전반적인 설경기는 예년만 못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문영민(46) 고잔점 점장은 “안산지역 공장가동율이 작년 추석만해도 85%였는데 이번 설에는 80%로 떨어졌다”며 “공장 100곳 중 20곳은 쉬는 셈이라 걱정이 많다”고 했다.
매장에서 만난 이마트 협력업체 한 직원도 “작년 추석과 달리 이번 설에는 너무 한산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폭설로 지나다니는 차량이 뜸해서인지 배송도중 본 공단의 풍경은 약간 을씨년스러웠다. 군데군데 공장 굴뚝에서 흰 연기가 뿜어져나오기도 했지만, 20~30명이 근무할 법한 소규모 업체들은 마치 폐업한 것처럼 출입문을 닫고 있었다.
서 팀장은 “지역경제가 어렵지만 여기저기 배송을 하다보면 직원들 손에 뭔가 하나라도 챙겨주려는 중소업체들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곤 한다”며 “누군가에게 그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게 일을 하면서 느끼는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