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유례없는 이상고온 현상이 지구촌을 덮치면서 열사병 등 온열질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수만명에 이르는 사망자를 낸 2003년 유럽 폭염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 12일 멕시코 할리스코주 과달라하라에서 한 남성이 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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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은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와 동부 비하르주에서 지난 며칠 동안 최소 96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열과 구토, 호흡곤란 등에 시달리는 환자도 500명 가까이 발생했다. 지난 주말 우타르프라데시주의 최고 기온이 43℃까지 치솟는 등 그야말로 살인적인 더위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습도도 25%에 달해 체감온도는 더욱 높았다.
우타르프라데시주 바실라 지역의 보건 책임자인 S.K.야디브 박사는 “고혈압이나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이 더위 때문에 숨을 거뒀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바실라 주민 R.S.파탁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더위 때문에 죽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사람들이 외출하길 두려워하고 있다”고 했다.
폭염과 온열질환에 내몰린 곳은 인도만이 아니다. 40℃ 안팎의 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멕시코에선 지난 4월 14일부터 지난주까지 열사병과 탈수 환자가 400명 이상 발생했고 이 중 8명은 숨졌다. 멕시코시티에 사는 나티비다드 플로레스는 “우리는 지구 온난화의 결과를 보고 있다”며 “햇볕 때문에 어질어질하다”고 말했다. 일본이나 베트남, 태국 등에서도 온열질환 환자가 늘고 있다.
올해는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됐다.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는 이달 초 지구 표면 온도가 기상 관측 이래 처음으로 산업혁명 이전보다 1.5℃ 이상 상승했다고 지난주 발표했다. 2015년 국제사회는 파리협정에서 지구 온도를 산업화 전보다 1.5℃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결의했는데 불과 8년 만에 그 목표가 무너진 셈이다. 올해는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특히 동남아시아나 호주 등의 폭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NYT는 1995년 미국 시카고나 2003년 유럽에서 발생한 것 같은 재앙적 폭염이 올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3년 유럽 폭염의 경우 40℃를 웃도는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고령층을 중심으로 수만명에 달하는 사망자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