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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위기는 한 국가의 많은 수의 은행들이 파산하거나 갑작스럽고 심각한 수준의 계좌인출이 발생하며, 기업과 금융기관의 채무불이행이 급증하는 시기이다. 한국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은행 위기도 같이 겪은 바 있다.
은행 위기 기간엔 벤처캐피털과 같은 대안적 금융 수단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미시제도연구실 분석이다. 제조업체의 기술혁신을 위한 연구·개발(R&D) 자금 조달은 주로 은행 신용대출로 이뤄지기 때문에, 은행 위기 시 벤처캐피털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는 셈이다.
분석 결과 외부금융 의존적인 산업일수록 은행 위기 발생 시 혁신 활동이 위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위기 시에는 각 산업 외부금융 의존도가 한 단위 증가할 때마다 특허 출원수와 인용수가 각각 35.9%, 11.5% 감소하며 특허 독창성과 일반성 점수도 각각 17.6%, 26.6% 감소했다.
반면 은행 위기의 부정적 영향은 벤처캐피털이 발달한 곳일수록 완화되는 것으로 나왔다. 한 국가의 벤처캐피털 지수가 평균보다 일정 수준 높을 경우 은행 위기의 특허 출원수, 인용수, 독창성, 일반성에 대한 부정적인 충격이 완전히 상쇄됐다.
한국 벤처캐피털 투자 수준은 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미국, 이스라엘, 캐나다, 영국에 이어 5위다. 성원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과장은 “한국 벤처캐피털 투자 수준이 OECD 국가 평균보다 높다”며 “대안적 역할을 하기 충분한지는 따로 분석해봐야 알겠지만, 과거보다 한국에서 벤처캐피털이 대안적 역할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벤처캐피털 시장 확대를 위해선 정치·제도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따랐다. 성 과장은 “기술혁신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 벤처캐피털 투자가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고, 신용경색 또는 은행 위기 시 벤처캐피털이 은행 신용대출의 대체적인 역할을 기술혁신 측면에서 수행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됐다”며 “벤처캐피털 시장이 확대되더라도 정치·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효율적인 투자 지원이 어려울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