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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수도권 전역에 물폭탄이 쏟아졌던 지난 18일. 온라인상에선 대한민국(K) 직장인들의 ‘자조 개그’가 재소환됐다. 장마철이면 홍수를 가르며 ‘칼출근’ 하는 1990년 뉴스 영상과 함께 회자되는 글이다.
오늘날 대다수의 대한민국 직장인들도 폭우를 뚫고 일터로 향했다. 직장인 10명 중 6명은 폭우·폭염·태풍 등 자연재해 상황에서도 정시 출·퇴근했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 K-직장인의 비애다.
‘K-직장인’에게 월요병은 없다
출판계에 따르면 최근 직장인의 처지와 심정, 한국사회의 노동 현실을 다룬 책들이 유독 많이 등장했다. 그만큼 직장 문화를 비롯해 노동과 여가 시간, 급여 수준 등 현재의 노동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이다. 2022년 기준 OECD 국가별 시간당 노동생산성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시간당 49.4달러로, 37개국 중 33위에 그쳤다. OECD 평균(64.7달러)의 4분의 3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인의 연평균 근로시간도 같은 기간 1901시간으로, OECD 평균(1752시간)보다 149시간 더 일하는 셈이다.
책 ‘진짜 노동’(자음과모음)은 조직 내 쓸모없는 가짜 노동을 솎아내 실제의 삶을 더 낫게 만들자고 제안한다. 최근 인간의 노동과 여가를 다룬 저작 중 가장 주목받았던 ‘가짜 노동’(2022년 국내 출간)의 후속작이다.
저자에 따르면 가짜 노동이 한국사회를 갉아먹고 있다. 조직 내 위계질서에 따른 눈치 노동과 의전·의례, 관리자와 근로자 간 불신이 일터를 잠식한 결과, 무의미한 업무를 하는데 시간을 허비하고 스스로를 일의 감옥에 가두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의 경우 관리자와 직원 간 신뢰도가 낮아 무작정 사무실에 오래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큰 것이 문제다. ‘노동시간=생산성’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며 “직원들은 관리자에게 쓸모없는 일들에 대해 비효율적이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직장 생활에서 타인에 휩쓸리지 않고, 나를 보호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도 여럿 나왔다.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서스테인), ‘나는 도대체 왜 피곤할까’(북플레저)가 그것이다. 책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는 예민함이라는 기질적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 자체가 ‘나’를 보호하고 일상에서의 힘을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된다며 나를 잃지 않고 나만의 길을 닦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사례와 함께 제시한다. ‘나는 도대체 왜 피곤할까’는 피로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활기찬 삶을 사는 방법을 이해하기 쉽게 안내한다.
헤어디자이너, 배달원, 대리운전기사, 캐디, 급식노동자 등 각자의 노동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75명의 목소리를 담은 책도 눈길을 끈다. ‘나는 얼마짜리입니까’(창비)는 이들의 노동 실태를 담담하게 보여주는데, 순식간에 겪어보지 못한 삶의 현장을 체험하게 만든다. 땀 냄새 밴 삶과 노동 이야기에 담긴 진정성의 힘이다.
이들 책은 자신의 노동과 여가뿐 아니라, 동료와 주변인들의 일하는 기쁨과 슬픔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하는 힘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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