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이미 한 차례 결혼식을 미룬 최씨는 “한 번 식을 미뤘을 때도 위약금으로 고생했는데 또 결혼식을 연기해야 할 지경”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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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이 다시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19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이날부터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 대면으로 모이는 모든 집합, 모임, 행사가 금지됐다.
이에 따라 하객이 50인 이상인 실내 결혼식을 할 수 없게 된 예비부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은 당장 결혼을 앞두고 위약금을 물거나 오래 준비해온 결혼식을 취소해야 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이모(30)씨는 “초대를 하는 입장에서 초대받는 사람들에게 민폐가 될까 걱정이 된다”며 “피해를 감수하고 결혼식을 미룬다고 하더라도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면 또 식을 연기해야 할까 봐 바로 결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난색을 보였다.
9월 중순 결혼식을 앞둔 A(31)씨는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아직 구체적인 대안도 마련하지 못했다”며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거의 1년 동안 준비해왔는데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된다고 생각하니 힘들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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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식장 대응도 천차만별…“정부가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일방적으로 변경된 지침을 통보하는 예식장도 있었다. 8월 말 결혼을 앞둔 B씨는 “식장 측에서 정부 지침이라며 하객들 식사비를 답례품으로 대체하라는 통지가 왔다”며 “당장 며칠밖에 남지 않았는데 예식장뿐 아니라 신혼여행, 메이크업 등 계획했던 일정이 취소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혼을 앞둔 이들은 최소 하객수 200여명 이상으로 식대를 이미 계약한 상황에서 인원수도 변경하지 못한 채 1000만원이 훨씬 넘는 식대를 개인이 떠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9월 둘째 주 결혼 예정인 한모(31)씨는 “하객 300명이 오는 예식장을 계약했는데 식장 측에서 취소가 불가능하다고 해 하객 수를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50인 이상 모이는 것 자체가 감염의 위험성이 있다”며 “가급적이면 공간을 분할하는 방식보다는 결혼식 등을 연기하거나 행사를 축소시켜 달라고 하는 게 이번 권고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홀 여러 개를 사용해 결혼식을 진행하는 이른바 ‘예식홀 쪼개기’를 하는 웨딩홀도 생기며 정부 지침이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서울 한 식장에서 8월 말 결혼식을 올리는 예비부부는 “예식장 측에서 홀을 3개로 나눠 하객 150명이 다 참석할 수 있도록 조정을 해줬다”며 “식사도 홀에서 먹을 수 있도록 코스식으로 제공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비부부들은 정부와 예식업계가 협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방침을 발표해 개인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씨는 “코로나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데는 이견이 없다”며 “다만 언제까지 거리두기 강화가 지속되는 지와 결혼식 취소로 인한 피해에 대한 지원 기준 등을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와 예식장이 합리적으로 의견을 조율하고 이용자들에게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내려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