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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는 12일 이 지검장을 서울중앙지법에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지검장은 지난 2019년 3월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이뤄진 이후 그 불법 여부를 들여다보던 수원지검 안양지청 수사팀 검사들에 의압을 넣어 관련 수사를 무마했다고 보고, 그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이 지검장은 검찰의 이같은 결정 직후 입장을 내고 “먼저 저와 관련된 사건의 수사로 그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수사과정을 통해 사건 당시 반부패·강력부 및 대검의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으나, 결국 기소에 이르게 되어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현직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소돼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는 일은 사상 유례없는 초유의 일로, 당장 그의 거취를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검찰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이 지검장은 자신에 대한 의혹 수사와 관련 검찰이 아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맡아야 한다거나, 검찰의 표적수사를 공개적으로 우려하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소집을 신청하는 등 이미 검찰 내부에서는 그에 대한 신뢰가 크게 무너진 상태. 이에 더해 이날 기소가 결정되면서 사실상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조직을 이끄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이 지검장은 즉각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나는 것이 맞다. 만약 사표를 내지 않고 버틴다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당장 이 지검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 비수사 부서 발령을 내고 대검찰청은 즉시 징계절차에 회부해 해임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민주주의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 권경애 변호사는 “민주당 재집권을 원한다면 박 장관이 할 일은 당장 이 지검장을 법무연수원으로 보직변경하고, 한동훈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령내는 트레이드 인사를 하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다만 이 지검장은 자신의 혐의에 대해 일관 되게 무죄를 주장하고 있고, ‘친(親) 정권’ 행보로 그간 현 정권의 신임을 받아왔던 점까지 고려하면 직무배제나 징계 청구, 인사조치 등 당장의 거취 변화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차기 검찰총장 임명 이후 예정된 대대적인 검찰 인사에서 그의 다음 자리도 정해질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는다.
일각에서는 현 정권이 일단 재판을 지켜보며 이 지검장 자리를 보존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현 정권 입장에서는 편을 들어주고 자기들을 지켜준 고마운 검사 아니겠나. 기소했다고 갑자기 내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현재 검찰 역학구조상 친정권 검사도 적은 데다, 곧장 이 지검장을 내친다면 정권 쪽에 설려는 검사마저 없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 박 장관도 재판을 받는 마당에, 일단 이 지검장에 시간을 주며 어느 쪽으로든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돕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날 지하주차장으로 출근하던 통상과 달리 서울중앙지검 정문 현관으로 출근한 이 지검장은 이날에는 오전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