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경영)(52)信과 德으로 갈등을 해소하라

  • 등록 2007-07-11 오후 6:41:13

    수정 2007-07-11 오후 6:41:13


[이데일리] 사회갈등은 정치로부터 출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정책의 갈등도 정치적 역량의 부족으로, 또는 정치적 욕심에 의하여 발생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이슈들을 정책결정의 과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다루기 보다 정치적 타협 등에 의하여 문제를 풀어가다 결국은 상황을 꼬이게 만든다.

그만큼 정치는 사회 갈등의 시작과 과정, 그리고 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대선 정국에서 쏟아지는 정치인들의 말과 대선승리를 위한 전략들도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권에서 유발되는 사회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배려로서 이 글에서는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 중 약속이행의 중요성과 상호배려의 미덕에 대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우선 약속이행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협상에서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신의를 지키는 것이고 협상가로서 갖추어야 할 최고덕목이기도 하다.

춘추시대 두 번째 패공을 꿈꾸던 진문공은 19년간의 유랑을 끝내기 위해 도움을 청하러 찾아갔던 초성왕 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는다.
 
“과인이 공자를 진(晉)의 군주가 되게 도와준다면 그대는 내게 어떻게 보답 하겠오?” 초성왕은 필시 진나라 땅의 일부를 초(楚)에 주겠다는 약속을 기대하였을 것이나, 진문공(당시 공자 중이)은 “후일 초와 진이 전쟁을 하게 되면 초의 은혜를 갚기 위하여 첫 전투에서 3사(三舍)를 물러나겠습니다”라고 약속한다.

1사는 30리를 의미하고 당시 군대의 하루 진군거리를 30리로 계산한다면 3일 동안 후퇴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진군주가 된 후 초와의 첫 전쟁이 발생하였을 때, 송(宋)과의 오랜 기간의 전쟁 직후 곧장 먼 거리를 달려와 지칠대로 지친 초나라의 군대가 진채를 제대로 내리기도 전에 기습공격을 하면 쉽게 이길 수도 있는 전쟁이었으나, 초성왕과의 옛적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초의 대장군인 성득신의 군대에 3일의 휴식시간을 주고 3사를 양보하였다.

이는 신의(信義)를 지킴으로써 여타 제후국들에 진문공의 덕(德)을 보여줌과 동시에 전쟁에 승리함으로써 패자의 힘을 보여주었다.
 
그럼으로써 진문공은 천자국인 주(周) 양왕으로부터 패자국으로 인정받게 되고 대부분의 제후국들도 진문공을 패공으로 따르게 된다. 과거 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약속은 정치적 술수 보다 영향력에서 앞선다. 유능한 협상가일수록 신의를 중요시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갈등해소에는 상호배려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유재주의 「열국지」에 옹계가 진문공에게 간언하였다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연못의 물을 다 퍼내고 고기를 잡는다면 어찌 고기를 잡지 못하겠습니까? 그러나 그 다음 해에는 그 연못에 고기가 없을 것입니다. 산의 나무를 다 태우고 사냥을 한다면 어찌 짐승을 잡지 못하겠습니까? 그러나 그 다음 해에는 그 숲에 짐승이 없을 것입니다.”
 
초와의 전쟁 상황에서 기습작전의 불합리에 대해 한 말이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즉, 춘추시대와 같이 전쟁이 아닌 상황에서, 조직이나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상대의 면(面)을 세워주지 않고, 완전히 제압하기 위한 전략을 사용하는 것은 일시적인 승리를 느낄 수 있을지는 모르나 영원한 승리를 얻기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상대의 마음을 얻지 못한 승리는 또 다른 미래의 갈등을 예기하여야 한다. 마찬가지로 상대를 배려함으로써 싸우지 않고 전쟁에서 승리하는 장군을 덕장(德將)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정국상황과 너무도 비슷하다.
 
나만이 옳다는 사고와 상대를 완벽히 죽이는 전략의 추구는 일시적인 이로움일 뿐, 내년 이후의 정국을 이끌어가는데 도움을 주는 장기적인 이로움은 아니다. 즉 덕(德)이 없는 갈등해소전략은 진정한 갈등해소방법이 아니다.

같은 맥락에서, 신과 덕을 얻는 가장 빠른 길은 말을 아끼고 상대의 말을 듣는 것이다. 상대의 말을 듣기 위해서는 상대의 심기를 상하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식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질문하고 들음에 있어서 감정 대신 信과 德이 함께 하여야 한다. 그러나 요즘 정치권에서 나도는 주장들과 질문들에서 살벌한 기운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독자 여러분의 판단은?

이선우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現 국무총리실 정책평가위원회 전문위원
-現 서울특별시 시민평가단 위원
-前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초청연구원
-前 미국 Syracuse대 중재기관 조정자
-卒 미국 Syracuse대 정책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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