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온라인 플랫폼 특성 반영해 기업결합 심사기준 바꾼다

'광고 보면 무료' 서비스 시장획정 기준 개선
경쟁제한 우려뿐 아니라 효율성 증대도 고려
"디지털 분야 독점력 방지, 소비자 후생 보호"
  • 등록 2023-11-14 오후 12:00:00

    수정 2023-11-14 오후 12:00:00

[세종=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디지털 경제의 특성이 반영되도록 기업결합 심사방식을 현대화한다.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서비스 기업결합 시장 획정 방식을 바꾸고, 기업결합시 경쟁제한 우려뿐 아니라 이용자 편익 증가 등 긍정적 효과 역시 평가에 반영한다.
공정거래위원회 전경.(사진=이데일리DB)
공정위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안을 마련해 15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14일 밝혔다.개정안은 디지털 분야 기업결합의 경쟁제한 효과와 효율성 증대효과가 균형 있게 심사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먼저 결합의 효과가 미치는 시장의 범위를 특정하는 ‘시장 획정’ 방식을 개선한다. 현행 심사기준에 따르면 A서비스 가격을 인상했을 때 B서비스로 수요대체가 이뤄지는 경우 A와 B가 경쟁사업자로서 같은 시장에 있는 것으로 획정된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광고를 보게 하는 유형의 디지털 서비스 제공자들에게는 이런 방법론 적용이 어렵다. 개정안은 이런 경우 가격이 아니라 서비스 품질 악화 등에 따른 수요대체 확인 등 다른 방법을 사용해 시장을 획정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은 또 경쟁제한 효과를 분석할 때 네트워크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디지털 서비스 공급자의 기업결합은 해당 서비스의 이용자 수나 해당 사업자가 보유한 데이터 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경우 해당 서비스에 대한 추가 수요가 유발되는 네트워크 효과가 일어나 결합기업의 시장에서 지배력이 더 커질 수 있다. 개정안은 경쟁제한 우려를 평가할 때 이같은 측면도 고려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기업결합을 심사할 때 경쟁제한 우려뿐 아니라 디지털 분야 특유의 효율성 증대효과 사례도 보강해 기업결합의 긍정적 효과도 균형있게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결합에 따른 서비스 이용자 증가가 기존 이용자들의 편익을 증가시키거나, 기업결합 결과 추가로 확보하게 된 데이터를 활용해 혁신적 서비스를 창출하는 등 효율성 증대 효과를 고려할 수 있게 했다.

간이심사 대상도 정비했다. 현행 심사기준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기업결합은 관련 사실관계의 진위 여부만 확인하는 형태로 간이심사하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이 자신의 서비스와 보완관계 등이 없는 서비스를 공급하는 타 업종 사업자를 인수할 때 인수되는 사업자가 △월 평균 500만명 이상에게 상품 및 서비스를 공급하거나 △연간 연구개발(R&D)비로 300억원 이상을 지출하는 경우는 일반심사를 하도록 했다.

한편 사모집합투자기구(PEF)의 기존 유한책임사원(LP)이 PEF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거나, 다른 LP의 지분을 인수하는 행위는 PEF 내부적 행위에 불과해 시장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간이심사 대상으로 새로 포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심사기준 개정으로 디지털 분야에서의 기업결합을 통한 인위적 독점력 창출 및 강화가 보다 효과적으로 방지되고, 혁신적 벤처·중소기업과 소비자 후생이 보호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행정예고 기간 동안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전원회의 의결 등 관련 절차를 거쳐 개정안을 확정 및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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