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글로벌 정보기술(IT) 산업 부가가치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세계 3위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IT 산업이 중국의 기술력에 도전을 받고 있는 가운데, 첨단 기술분야에서 지금의 선두적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제언이 따랐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 초격차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국제 연구개발(R&D) 협력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됐다.
|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반도체 공장 내부.(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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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26일 ‘글로벌 공급망으로 본 우리 경제 구조변화와 정책대응’이라는 BOK이슈노트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해당 보고서를 이날 서울 중구 한은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인공지능(AI) 시대’를 주제로 열린 ‘한은-대한상공회의소 공동세미나’에서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등 IT 제조업 공급망에는 미국, 일본을 비롯한 우리나라가 부가가치가 높은 전방에, 베트남, 멕시코 등이 후방에 참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기준 글로벌 IT 산업 부가가치에서 우리나라 비중은 8%로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컸다. 이를 대만과 일본이 뒤따랐다.
특히 2010년대 이후로는 태국과 베트남 등이 최종 생산공장 역할을 맡고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 등의 부가가치율이 상승하면서 IT 제조업 공급망 내 아시아의 역할이 확대된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의 지위가 위협받는 모습이다. 2018년부터 IT 제조업에서 한·중 생산구조 변화는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에는 하방 요인, 중국의 대한국 수출에는 상방 요인이 되고 있다. 이는 중국이 기술변화를 통해 과거와 달리 우리나라에 중간재를 공급하는 역할이 강화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우리나라의 또다른 주요 산업 중 하나인 자동차도 그 지위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됐다. 우리나라는 지난 10년간 자동차 산업 글로벌 부가가치 비중이 4% 내외를 유지하며 미국, 독일과 함께 공급망 내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 전환과 함께 안정적인 지위가 위협받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기차 핵심부품 중 하나인 배터리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지만, 관련 광물 및 소재 공급망이 취약하고 중국과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전기차 제조 투입구조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수입의존도가 높고 전가차에서 높은 부가가치가 발생하는 차량용 운영체계(OS) 분야 성과가 아직 뚜렷하지 않아 향후 국내생산과 부가가치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 출처=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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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우리 산업 전략은 첨단제조업에서 기술 우위 유지, 국제적인 전략적 협력을 통한 수입 공급망 안정성 강화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아랑 한은 조사국 거시분석팀장은 “IT 산업이 중국의 기술력 제고로 도전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는 AI 칩 등 청담 기술분야에서 지금의 선두적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첨단기술 확보와 수입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국제 협력체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정책당국의 과제도 제시했다. 이 팀장은 “반도체 산업에서 초격차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국립반도체기술센터(NSTC) 등 국제 R&D 협력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배터리·전기차 산업은 원자재 확보와 공공재적 성격을 감안할 때 정부 역할이 필요한 만큼 수입선 다변화, 핵심광물 비축을 다방면으로 강화하는 한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에 맞춰 수입국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한은은 우리가 서비스 수출 확대 전략도 꾀해야 한다고 짚었다. 세계적인 서비스교역 확장세에 비해 우리나라 서비스 수출은 성장세가 다소 더딘 편이다. 2010년 이후 서비스 수출 증가율이 연평균 4.6%로 글로벌 성장세(6.0%)를 밑돌고, 수출에서 서비스 비중도 16% 내외로 글로벌 평균(25%)보다 상당히 낮다. 이 팀장은 “서비스 수출은 제조공정 고도화를 통해 수출품에 투입되는 서비스를 늘이는 한편, 그간 내수에 국한됐던 의료, 교육 등 서비스를 디지털화함으로써 글로벌 교역재로 전환해 국제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