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예산 삭감 중단하라" 반기 든 출연연..."투쟁도 불사"

기존 사업 20% 구조조정, 단 3~4일만에 진행
연총 "졸속 추진에 연구환경 악화"...야권·노조도 대응
  • 등록 2023-07-21 오후 6:21:52

    수정 2023-07-21 오후 6:21:52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정부가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예산 삭감을 추진하자 출연연 연구자, 노동조합 등이 반대하고 나섰다. 다수 연구기관에서 3~4일 만에 연구비가 20%씩 구조조정돼 기존 연구사업 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삭감된 예산 일부는 신규 사업을 마련해 재투자할 예정이나 대부분 정부 방침에 따라 급하게 마련한 국제협력 사업들로 채워져 이대로라면 졸속 사업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출연연 연구자들의 협의체인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연총)는 21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 R&D 예산의 비효율성이 지적되고, R&D 예산집행에 연구비 카르텔이 개입돼 있다는 (대통령) 언급 이후 정부에서는 졸속으로 연구개발 예산 삭감을 시도하고 있다”며 “충분한 방향성과 전략적 검토 없이 정책이 졸속으로 추진되며 연구환경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예산 재검토와 삭감 시도를 철회하라”고 밝혔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참석자들의 단체사진.(사진=조승래 의원실)
애초 과기정통부는 내년 연구개발 예산 심의를 할 계획이으나,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하며 예산 심의가 무기한 연기됐다. 특히 회의 직후 출연연에 공문이 아닌 전화로 지시가 내려오면서 다수 출연연에서 이달초 20% 규모로 기존 연구사업을 구조조정했고, 삭감된 부분을 정부방침에 따라 국제협력 관련 내용으로 채워넣는 등 주먹구구식 예산안 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출연연 구성원들은 예산안은 수개월 간 전문가가 검토했던 사안인데, 단 3~4일 만에 연구비가 20%씩 구조조정되며 혼란이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가연구개발이 필요한 부분도 분명히 있는데 급박한 정책 추진으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문성모 연총 회장은 “민간 R&D가 발전했지만, 기술안보, 대형사업 특성상 국가 R&D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며 “국제공동연구는 특성상 상생할 수 있어야 하고, 시간도 필요한데 당장 3~4일 만에 내라고 하면 연구사업의 효율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출연연은 기존 연구 사업에서 회의비, 전기료 등을 줄이고 있어 ‘정상적인 과제 수행도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현재 정치 야권, 노조 등에서는 출연연 실태 파악, 국회 차원 대응 등을 준비하고 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기존 사업에서 20% 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어 삭감된 예산 규모를 신규 사업으로 대체하더라도 출연연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연총, 노조 등과도 협력해 대응 방안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최연택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위원장은 “과제 특성상 인건비 규모가 크기 때문에 당장 회의비, 소모품부터 줄이고 있다”며 “현장 의견을 수렴해 기재부와 과기정통부를 설득하고, 반영이 안될 경우 파업과 같은 투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는 늦어도 8월말 이전에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예산조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하지만, 아직까지도 ‘결정된 바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 중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아직 심의중인 사안”이라며 “예산 재투자 등을 준비하고 있고,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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