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서울 강북 한강변에 3.3㎡당 분양가가 1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나왔다. 분양승인 대상 일반 아파트 분양가로는 역대 최고가다. 분양가 상한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황에서 분양가가 연일 치솟고 있다.
| 포제스 한강 조감도 (사진=포제스 한강 홈페이지 캡쳐) |
|
12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광진구 광장동 옛 한강호텔 부지에 들어서는 ‘포제스 한강’ 아파트가 3.3㎡당 평균 1억1500만원에 분양승인을 받고 입주자 모집공고를 한다.
총 128가구이며 전용면적 84∼244㎡의 중대형으로 구성돼 있다. 주택형별 분양가는 전용 84㎡가 32억∼44억원대, 전용 115㎡ 52억∼63억원대, 펜트하우스인 전용 244㎡는 150억∼160억원 선이다.
포제스 한강은 부동산 개발회사인 엠디엠플러스가 2019년 옛 한강호텔 부지를 약 1900억원에 매입해 추진하는 개발사업이다. 엠디엠 측은 당초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소형 주택형이 포함된 도시형생활주택으로 건축계획을 수립하고 2021년부터 착공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해 광진구가 규제지역에서 풀리며 분상제 대상에서 벗어나게 되자 올해 8월 중대형 위주의 일반 아파트로 설계를 변경했다. 시공사는 DL이앤씨며 입주는 올해 9월 예정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임의 분양을 하는 소규모 고급 빌라가 아닌 지방자치단체 분양승인 대상 일반 아파트 중에서 분양가가 3.3㎡당 1억원을 넘은 것은 포제스 한강이 처음이다.
지난달 분양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는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지만 3.3㎡당 6705만원의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했다. 그런데 한달 만에 강북에서 2배 가까운 분양가가 나온 것이다.
단지 분양가는 주변 시세 보다도 2∼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인근 광나루 현대 아파트는 전용 84㎡가 12억∼14억원 선으로 3.3㎡당 4200만원 선, 광진구 최고가 아파트인 워커힐아파트는 전용 162㎡ 시세가 28억∼30억원 선으로 3.3㎡당 6000만원을 밑돈다.
시장에서는 작년 규제지역 해제 이후 분상제 대상 아파트가 강남3구와 용산구로 축소되면서 분양가 고삐가 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규제 지역은 HUG의 고분양가 심사를 받지 않기 때문에 분양가 통제 기능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고분양가 행렬이 이어지면서 작년 서울의 신축 아파트 3.3㎡당 분양가는 3508만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에서 분양된 새 아파트의 분양가는 3.3㎡당 △2021년 2799만원에서 △2022년 평균 3476만원으로 처음으로 3000만원을 돌파한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강남권 분양이 줄줄이 예정돼 있는데다 서울 대부분 지역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평균 분양가는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원자잿값, 인건비 등 공사비 상승을 감안하면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분양가상한제가 유명무실해지고 분양가를 억제할 수단이 사라지면서 사업자 입장에서는 받고 싶은 분양가를 받는 상황이다”며 “공사비, 금융비용 등 인플레이션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는 분양가가 지속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