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먹고 늦게 귀가' 아내 폭행, 숨지게 한 남편, 1심 실형→2심 집유

폭행 후 3일간 방치…5년 이상 혼수상태 빠져
1심 "폭행으로 사망…엄벌 필요" 징역 2년
2심 "구호 미조치 고의성 없다" 징역 2년·집유 3년
  • 등록 2020-12-14 오전 11:57:48

    수정 2020-12-14 오후 12:07:27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아내의 음주를 이유로 주먹을 휘둘러 숨지게 한 남성이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사진=이데일리DB)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배준현)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인천 부평구에 거주하는 A씨는 2014년 3월경 아내인 피해자가 평소 산악회 등 모임이 잦고, 이날도 술을 먹고 늦게 들어왔다는 이유로 다투다 피해자를 수십 회 때려 두개골 골절 등의 상해를 입혔다. 3일 뒤 피해자는 혼수상태에 빠졌고 5년 5개월 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폭행 이후 상당 시간 피해자에게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보면, 신속한 구호나 병원 후송 등의 조치가 있었더라면 피해자가 심각한 상태에 이르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었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는 자신의 배우자인 피해자를 폭행했다”며 “귀중한 생명을 잃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해 그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항소심 판단은 1심과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의 몸 상태를 알고서도 고의로 방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록 A씨가 피해자를 폭행한 후 3일동안 같은 집에 있으면서도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거나 별다른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다”면서도 “폭행 직후 피해자가 딸과 정상적으로 대화하는 등 외견상으로는 치료나 구호조치가 필요해 보이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가 피해자의 상태를 인식하고서도 의도적으로 방치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는 수사기관 조사와 재판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며 “A씨가 다소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5년여간의 아내의 병간호를 참작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피해자가 혼수상태에 빠진 후 사망하기까지 5년 5개월 가까이 치료를 위한 병원비를 부담하고, 피해자를 돌봤다”며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는 피해자의 자녀와 모친, 언니가 A씨의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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