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베끼기의 추억, '마마도'에서 찾다

  • 등록 2013-08-13 오후 5:16:48

    수정 2013-08-14 오전 10:34:24

[이데일리 고규대 기자]기자초년병 시절의 이야기다. 한 유명가수의 외제 승용차에 선배 기자가 조수석, 필자는 뒷자리에 탔다. 가수와 선배기자는 오랜 친분을 나눈 사이다. 이런저런 농담이 오갈 즈음, 가수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흥분한 목소리로 선배 기자를 불렀다. “형! 잠깐만 이거 들어봐” 시디 한 장을 틀더니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또, 이것도!” 또 다른 시디 한 장으로 바꾸더니 다른 멜로디를 읊조렸다. “형, 어때? 죽이지? 처음 거 이 부분하고, 다음 거 이 부분하고, 섞으면 아주 대박일 것 같아.” 머리가 띵했다. 작곡과 작사까지 직접 하는 줄 알고 대단하다 싶었는데, 기분이 씁쓸했다.

몇 해가 지나 한 유명 사진작가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사진작가는 자신의 책상 뒤에 걸린 커다란 사진을 가르치더니 “어때? 내가 이 장소를 겨우 찾아내서 똑같이 찍었잖아”라고 으쓱댔다. 그 모습을 보면서도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최근 비슷한 기분을 경험했다. KBS가 중견 여성 연예인들의 여행기를 담은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다. KBS 협력제작국(외주국)이 준비 중인 예능 프로그램 ‘마마도’가 그것이다. 중견 여성 연예인 3~4명이 여행을 떠난다는 콘셉트다. 누가 봐도 tvN ‘꽃보다 할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꽃보다 할배’는 이순재 등 4명 중견 배우의 해외 배낭 여행기를 보여주며 6% 안팎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KBS는 ‘마마도’뿐 아니라 ‘아빠의 자격’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도 신설할 예정이다. ‘아빠의 자격’은 MBC ‘일밤-아빠! 어디가?’를 떠올리게 한다. 트위터에는 “비양심적인 게 아닌가”, “‘무한도전’ 표절 논란도 있더니, 이번에도?” 등 쓴소리가 쏟아졌다.

KBS는 이달 자사의 최대 숙원사업이 이뤄질까 여부를 목전에 두고 있다. 바로 수신료 인상이 그것이다. 내년부터 4300원으로 올리다가 2016년에는 500원을 더 추가로 인상하는 방안, 아예 내년부터 4800원으로 올리는 방안 등 두 가지 안을 놓고 고민 중이다. 찬반 여론이 엇갈리는 대목이다. 최민희 민주당의원은 국민이 지금 ‘본인부담이 가중돼 수신료 인상을 반대한다’는 의견이 42.9%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수신료 인상은 나의 철학”이라는 말로 힘을 실어줬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얼마일지 모르겠으나 오르긴 오를 태세다.

KBS는 매년 40% 남짓만 수신료라는 공적 재원으로 충당한다고 밝히고 있다. 1981년 수신료를 징수한 후 1994년 전기료와 합산해 징수료를 높였으니 올릴만한 시기도 됐다. 하지만 정부의 세법 개정안으로 국민적 여론이 들끓고 있는 와중에 준조세 성격을 가진 수신료마저 인상한다면 반발이 만만치 않을 터이다. ‘몇 천원’이라고 말할지 모르겠으나 서민에게는 적지 않은 액수다.

최근 지상파는 케이블채널의 약진에 이어 종합편성채널의 성장 등 전통적 플랫폼과 IPTV, 유튜브 등 새로운 영상 플랫폼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하루가 아닌 1시간, 1분, 1초 단위로 번개처럼 변하는 대중문화의 흐름도 등장했다. 트렌드를 읽고 대처해 나가야 하는 어려운 상황임에 분명하다.

시청자가 시청료 인상에 찬성할 것인가는 미지수다. 수신료는 정치권력, 경제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방송의 공영성을 담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근 KBS의 공정보도 등도 문제지만 시청률 편의주의의 제작 관행 행태를 보이면서 공영성을 말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공영방송’ KBS는 ‘사랑과 전쟁’ 같은 시청률 지향의 프로그램을 넘어서 ‘꽃보다 할배’처럼 인기있다고 프로그램 베끼기에 나서선 안될 일이다. 수신료가 공적 이익을 위해 쓰이지 않는다면 누가 선뜻 내놓을 것인가.

참고로 그 유명가수는 노래를 내 성공했고, 그 사진작가는 화보집 제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마마도’도 결국에는 성공할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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