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가 지나 한 유명 사진작가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사진작가는 자신의 책상 뒤에 걸린 커다란 사진을 가르치더니 “어때? 내가 이 장소를 겨우 찾아내서 똑같이 찍었잖아”라고 으쓱댔다. 그 모습을 보면서도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최근 비슷한 기분을 경험했다. KBS가 중견 여성 연예인들의 여행기를 담은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다. KBS 협력제작국(외주국)이 준비 중인 예능 프로그램 ‘마마도’가 그것이다. 중견 여성 연예인 3~4명이 여행을 떠난다는 콘셉트다. 누가 봐도 tvN ‘꽃보다 할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꽃보다 할배’는 이순재 등 4명 중견 배우의 해외 배낭 여행기를 보여주며 6% 안팎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KBS는 ‘마마도’뿐 아니라 ‘아빠의 자격’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도 신설할 예정이다. ‘아빠의 자격’은 MBC ‘일밤-아빠! 어디가?’를 떠올리게 한다. 트위터에는 “비양심적인 게 아닌가”, “‘무한도전’ 표절 논란도 있더니, 이번에도?” 등 쓴소리가 쏟아졌다.
KBS는 매년 40% 남짓만 수신료라는 공적 재원으로 충당한다고 밝히고 있다. 1981년 수신료를 징수한 후 1994년 전기료와 합산해 징수료를 높였으니 올릴만한 시기도 됐다. 하지만 정부의 세법 개정안으로 국민적 여론이 들끓고 있는 와중에 준조세 성격을 가진 수신료마저 인상한다면 반발이 만만치 않을 터이다. ‘몇 천원’이라고 말할지 모르겠으나 서민에게는 적지 않은 액수다.
시청자가 시청료 인상에 찬성할 것인가는 미지수다. 수신료는 정치권력, 경제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방송의 공영성을 담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근 KBS의 공정보도 등도 문제지만 시청률 편의주의의 제작 관행 행태를 보이면서 공영성을 말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공영방송’ KBS는 ‘사랑과 전쟁’ 같은 시청률 지향의 프로그램을 넘어서 ‘꽃보다 할배’처럼 인기있다고 프로그램 베끼기에 나서선 안될 일이다. 수신료가 공적 이익을 위해 쓰이지 않는다면 누가 선뜻 내놓을 것인가.
참고로 그 유명가수는 노래를 내 성공했고, 그 사진작가는 화보집 제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마마도’도 결국에는 성공할까? 갑자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