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정부는 우리 경제가 금융위기 공포에 휩싸인 아시아 신흥국과는 다르다며,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 다른 아시아신흥국에 비해 환율·주가는 물론,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단기외채 등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 신흥국과는 경제 기초체력에서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와도 확연하게 다르다.
이번 사태의 진원지로 꼽히는 인도는 6월말 기준 외환보유고가 2600억달러에 그친데 비해, 우리나라는 3270억달러로 세계 7위 수준이다. 인도의 경우 대외부채가 4000억달러에 이르고 올해 1분기 경상수지 적자도 GDP의 4.9%에 이르는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6월 72억4000만달러의 경상흑자를 기록하는 등 17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지난 1997년과 비교해도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많이 탄탄해진 모습이다. 외환위기 직전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332억달러(96년말 기준)에 불과했고, 경상수지는 229억5000만달러 적자(96년말 기준)였다. 이는 GDP 대비 -4%로, 현재 인도(-4.9%)와 인도네시아(-3.3%)의 중간쯤 됐다.
당시 우리나라가 1년 안에 갚아야 했던 단기외채 규모(96년말 기준)는 759억달러로, 총외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3%에 달했다. 반면, 지금 단기외채 규모는 1196억 달러로, 총 외채의 29.1% 수준이다. 21일 현오석 부총리가 “신흥국 금융위기가 한국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한 것도, 한층 탄탄하게 다져진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부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긴장의 고삐는 늦추지 않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내외 경제·금융상황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시장불안 조짐 발생시에는 컨틴젼시 플랜(비상계획)에 따라 신속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