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뒤 7만명 부족"…삼성·SK, 불황에도 반도체 인재에 돈 쓰는 까닭

SK하이닉스, 전 직원에 120만원 격려금 지급
삼성전자 반도체도 성과급…"우수 인재 잡아라"
인력 부족 매년 심화…"석·박사 양성 집중해야"
  • 등록 2023-08-02 오후 3:54:19

    수정 2023-08-02 오후 3:54:19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수조원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인재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세계적인 반도체 패권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기술 초격차를 이끌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기술전임직 노조와의 임금협상 과정에서 전 직원들에게 120만원의 특별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전임직 노조가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투표에 부쳐 받아들이기로 하면 오는 10일 지급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생산량 목표치 등을 달성한 경우 최대 기본급의 100%까지 생산성 격려금(PI)을 지급해왔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에만 6조2844억원의 적자를 봤으나 직원 사기 진작 차원에서 특별 격려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과 SK하이닉스 경기 이천 본사. (사진=삼성전자 및 연합뉴스)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사업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성과급인 목표달성장려금(TAI)을 지급했다. 반도체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의 지급률은 기본급의 25%다.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 등 사업을 맡고 있는 DX부문은 △의료사업부 75% △모바일(MX)·영상디스플레이(VD) 50% △생활가전·네트워크 25% 등이다. 상반기 흑자를 낸 DX부문과 달리 DS부문이 9조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는 반도체 인재 유출을 방지하고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반도체업계는 대기업이나 중견·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인재가 부족하다고 꾸준히 호소해왔다. 국내 기업에서 일하다가 인텔이나 마이크론 등 외국 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잦고 거액의 연봉을 제시해 우리 인재를 빼돌리려는 중국기업의 시도도 빈번하다.

업계 관계자는 “각 기업마다 성과급 기준이 있겠지만 영업실적 외에 인재 유지와 사기 진작, 여러 경영 환경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반도체 초격차 지원을 위해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반도체 생산 현장을 둘러보면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 분야 부족 인력은 지난 2016년 1355명에서 2017년 1423명으로 늘었고 △2018년 1528명 △2019년 1579명 △2020년 1621명 등 매년 증가했다. 오는 2030년쯤 필요한 반도체 인력은 12만7000명으로 불어나는데 공급 인력은 5만명 수준으로 전망된다. 7년 뒤에는 7만7000명의 인력이 부족한 것이다.

정부는 2031년까지 15만명 이상의 반도체 인재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물량으로만 밀어붙일 게 아니라 현장에서 설계와 공정 기술을 적극 개발할 수 있는 실무형 연구개발(R&D) 인력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김형준 서울대 명예교수(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는 “논문을 쓰며 자기만의 연구를 해본 경험이 있는 석·박사급 인재가 많이 나와야 우리 기업들이 기술 초격차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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