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선택 아닌 필수'…카브아웃 딜 큰장 선다

[구조조정 매물 큰장]①
대기업 시작으로 불필요한 계열사·사업부 매각 움직임
적절한 매물 찾던 PEF 운용사에 기업 매물은 호재
지난해 카브아웃 딜 거래건수 18건 달해 올해도 상당
  • 등록 2025-01-10 오후 7:55:02

    수정 2025-01-10 오후 5:55:12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김연지 송재민 기자] ‘구조조정, 긴축경영, 비상경영….’

작년 연말 기업들이 내놓은 신년 사업계획이나 비전에 포함된 단어들이 심상치 않았다.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침체로 자금 출혈이 상당한 한 해를 보낸 기업들은 올해 허리띠를 더욱 졸라맬 것으로 보인다. 탄핵정국, 트럼프 2.0 시대 등으로 불확실성이 깊은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신규 투자보다는 사업 재편을 통해 효율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올해 인수·합병(M&A) 시장 키워드로 기업의 ‘리밸런싱(사업재편)’이 꼽힌다. 비주력 사업부분을 도려내 파는 카브아웃 매물이 올해 M&A 시장 거래를 주도하리라 예측되면서 딜(dael) 가뭄에 시달리던 사모펀드(PEF) 업계 역시 기업들의 구조조정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10일 이데일리가 자체 집계한 국내 기업 카브아웃 딜(deal) 거래건수는 지난해 잔금납입까지 완료된 거래를 기준 18건으로 전년 대비 8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일PwC에 따르면 카브아웃 딜 거래건수는 2021년 10건, 2022년 8건, 2023년 10건이다. 지난해부터 카브아웃 딜이 눈에 띄게 증가한 이유는 국내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키워드로 부지런히 불필요한 계열사와 사업 부문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SK그룹이 선두주자였다. SK는 2023년 기준 219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지난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과제에 따라 정리하면서 M&A 시장에 다양한 계열사와 사업부를 매물로 내놨다.

조 단위 빅딜에도 카브아웃 딜이 상당했다. 하반기 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IMM컨소시엄(IMM프라이빗에쿼티-IMM인베스트먼트)의 에코비트 인수가 대표 사례다. 국내 최대 폐기물 처리 업체인 에코비트는 태영그룹이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매물로 나왔다. IMM컨소시엄은 지난 8월 태영그룹 지주사인 TY홀딩스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부터 에코비트 지분 100%를 2조 7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고, 지난달 중순 인수를 완료했다.

PEF 운용사들이 카브아웃 매물에 관심 갖는 것은 당연한 순리다. 현금 창출력을 갖춘 대기업 계열사를 인수하면 수익률이 보장된다는 데이터가 지난 몇 년간 축적돼서다. 올해도 대기업 발 카브아웃 매물이 줄줄이 대기 중이라 IB 업계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CJ제일제당(097950)의 바이오사업부인 CJ그린바이오 매각건이 있다. CJ제일제당은 모건스탠리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1월 말 본입찰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에 따르면 매각가는 약 5조원을 훌쩍 넘겨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SK그룹 계열사 발 매물들이 줄줄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096770)이 보유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IET)의 지분이 대표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9월 공시를 통해 SKIET 지분 일부 매각 등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과 관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맞물러 국내 출자자(LP)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가운데 글로벌 LP들도 불확실성이 커진 국내 정치 상황에 곳간을 걸어잠그기 시작했다”며 “LP 자금이 한정적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입장에서는 기업이 구조조정으로 내놓은 매물에 투자하는 게 안정적인 수익률을 창출할 방안 중 하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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