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 기업들이 내놓은 신년 사업계획이나 비전에 포함된 단어들이 심상치 않았다.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침체로 자금 출혈이 상당한 한 해를 보낸 기업들은 올해 허리띠를 더욱 졸라맬 것으로 보인다. 탄핵정국, 트럼프 2.0 시대 등으로 불확실성이 깊은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신규 투자보다는 사업 재편을 통해 효율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올해 인수·합병(M&A) 시장 키워드로 기업의 ‘리밸런싱(사업재편)’이 꼽힌다. 비주력 사업부분을 도려내 파는 카브아웃 매물이 올해 M&A 시장 거래를 주도하리라 예측되면서 딜(dael) 가뭄에 시달리던 사모펀드(PEF) 업계 역시 기업들의 구조조정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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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단위 빅딜에도 카브아웃 딜이 상당했다. 하반기 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IMM컨소시엄(IMM프라이빗에쿼티-IMM인베스트먼트)의 에코비트 인수가 대표 사례다. 국내 최대 폐기물 처리 업체인 에코비트는 태영그룹이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매물로 나왔다. IMM컨소시엄은 지난 8월 태영그룹 지주사인 TY홀딩스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부터 에코비트 지분 100%를 2조 7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고, 지난달 중순 인수를 완료했다.
또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SK그룹 계열사 발 매물들이 줄줄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096770)이 보유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IET)의 지분이 대표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9월 공시를 통해 SKIET 지분 일부 매각 등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과 관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맞물러 국내 출자자(LP)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가운데 글로벌 LP들도 불확실성이 커진 국내 정치 상황에 곳간을 걸어잠그기 시작했다”며 “LP 자금이 한정적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입장에서는 기업이 구조조정으로 내놓은 매물에 투자하는 게 안정적인 수익률을 창출할 방안 중 하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