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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승호(31)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이뤄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데뷔 25년 만에 연극 무대에 출연한 소감을 묻자 이 같이 말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유승호의 연극 데뷔작은 최근 폐막한 ‘엔젤스 인 아메리카’다. 이 작품으로 8월 6일부터 9월 2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관객과 만난 유승호는 “초심으로 돌아가 배우는 자세로 연기에 임하려고 했다”고 작품과 함께한 나날을 돌아봤다.
연극 출연 결심 계기도 상세히 밝혔다. 유승호는 “이전에도 연극 제안이 들어왔지만 무서워서 고사했다. 관객 앞에서 연기로 맞설 수 있는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이라며 “이번에는 30대에 접어든 상황인 만큼 ‘편한 것만 하면 무슨 발전이 있겠냐’는 생각으로 한 번쯤 부딪혀 보기로 마음 먹었다”고 했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차별과 혼란을 겪는 사회적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심오한 작품이다. 현대 미국 연극계의 거장으로 통하는 토니 커쉬너의 작품으로 1993년 브로드웨이 공연으로 퓰리처상, 토니상, 드라마데스크상 등을 휩쓴 바 있다.
원작은 두 개의 파트로 구성돼 있는데 신유청 연출이 이끈 이번 공연은 파트1 이야기만 다뤘다. 그럼에도 러닝 타임이 190분(인터미션 2회 포함)에 달했을 정도로 방대한 내용을 펼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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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가 연기한 프라이어 월터는 에이즈 발병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이는 드래그 퀸(옷차림이나 행동으로 과장된 여성성을 연기하는 남자) 출신 백인이라는 설정의 캐릭터다. 유승호는 “긴장감과 장 트러블에 대한 걱정 때문에 강제로 다이어트를 한 셈이 됐다. 이틀에 한 끼 정도만 먹었다보니 체중이 64kg에서 56kg이 되었는데 오히려 환자의 모습을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생각도 든다”며 미소 지었다.
프라이어 월터로 분해 무대에 오른 유승호는 여성스러운 말투와 몸짓을 선보이며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색깔의 연기를 펼쳤다. 거친 욕설을 내뱉고, 동성 간의 성관계를 표현하고, 속옷만 입은 채 무대에 오르는 등 파격적인 장면들까지 소화하며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유승호는 “오히려 제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대사에 숨겨진 뜻을 잘 표현해내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캐릭터성에 맞춘 정형화된 연기를 보여주려 하기보단 감정에 충실한 연기를 하려고 했다”고 부연했다.
연극 경험이 전무한 배우가 대극장 작품의 주연을 맡은 데 대한 일각의 곱지 않은 시선은 의지를 한 번 더 다지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관련 물음에 유승호는 “이렇게 미워하실 줄 몰랐다”고 웃어 보인 뒤 “아프고 슬펐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는 걸 인정하기에 더 잘해내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자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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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그는 “연극만의 매력을 확실히 느꼈다. 기립박수를 받은 날에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울기도 했다. 또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연극에 다시 출연하고 싶다”면서 “이번 경험이 매체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도 밝혔다.
아직 차기작은 정하지 않은 상태다. 유승호는 “연극 때문에 다른 작품 대본들을 도저히 볼 수 없었다”며 “못 본 대본들을 정리하면서 최대한 빨리 새로운 작품과 만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