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금융권 STO 선점 경쟁 치열한데 투심은 '아직'

금융위 STO 가이드라인 발표 1년여 경과
미술품 조각투자 흥행 실패…진입장벽 높아
증권사 STO 시장 선점 경쟁 열기 식을까
"투자자들에게 미술품 시장 아직 낯설어"
  • 등록 2024-02-23 오후 6:33:48

    수정 2024-02-23 오후 6:33:48

(사진=이미지투데이)
[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토큰증권발행(STO) 시장 개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난해부터 증권사들은 시장 선점에 분주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STO 가이드라인을 발표한지 1년여가 지난 현재 여전히 관련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도, 투자자도 투심이 저조해진 분위기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조각투자 시장에 선두주자 격으로 나섰던 미술품 조각투자 서비스들이 모두 흥행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1호 투자계약증권’ 타이틀을 따낸 열매컴퍼니는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호박’(2001년 작)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투자계약증권 청약을 진행해 기대를 모았지만 공모물량의 18% 수준에 달하는 실권주를 떠안게 됐다. 청약 신청자가 납입을 포기하면서 생긴 1983주의 실권주는 열매컴퍼니가 인수했다.

열매컴퍼니와 같은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2002년 작)으로 청약을 진행했던 투게더아트도 청약률이 미달하는 결과를 낳았다. 일반투자자에게 배정된 1만638주 중 493주가 잔여 증권으로 남으면서 이 또한 투게더아트가 전량 인수했다.

서울옥션블루가 운영하는 미술품 조각투자 서비스 ‘소투’(SOTWO) 역시 청약률 86.9%로 완판에 실패했다. 앤디 워홀의 ‘달러 사인’ 8호로 조각투자 공모에 나섰으나 일반투자자에게 배정된 6300주 중 915주가 잔여증권으로 돌아왔다. 발행사가 전체의 10%를 직접 인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완판 하지 못하고 청약 미달이라는 결과를 낸 것이다.

까다로운 청약 신청 방식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편의성이 낮다는 것이 업계가 꼽은 저조한 청약률의 원인이다. 서울옥션블루와 투게더아트의 경우 각 업체의 투자계약증권 청약을 위해선 각각 KB증권 계좌와 NH투자증권 계좌에 연동해야 한다. 열매컴퍼니는 가상계좌로 대금을 받는 방식으로 편리성은 더했지만 대금 납부일에 당첨자가 권리를 포기하면서 실제 투자까지 이어지기에는 진입 장벽이 높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진행된 조각투자 공모 성적은 예상보다 저조하지만 증권사들은 지난해부터 STO 사업에 앞다퉈 진출하면서 기대를 걸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위기로 증권사들이 IB부문을 축소하고 나서면서 신규 먹거리 STO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특히 증권사들이 집중하는 건 토큰증권(ST)을 장외 시장에서 발행,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STO 시장이 2024년 34조원에서 2030년 367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도 글로벌 STO 시장 규모가 2030년 최소 16조달러에서 최대 689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STO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인프라 구축에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으면서 시장 활성화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홍태호 부산대 교수는 “투자가치를 떠나서 미술품 거래 자체가 일반 투자자들에겐 낯선 개념이라 시장 자체가 덜 형성된 상황”이라며 “우리나라는 시장 구조상 직접적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글로벌 쪽으로 파이를 키우는 것도 좋은 방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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