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수사 외압’ 혐의를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 수사를 진행한 수원지검이 아닌, 서울중앙지검이 기소한 것에 대해 “관할을 맞추기 위한 억지춘향(抑止春香)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3일 강원 춘천지방검찰청을 방문,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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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장관은 13일 정책 현장 점검의 일환으로 춘천지검을 방문한 길에 취재진을 만나 “수사는 다 수원지검에서 해놓고 정작 기소는 중앙지검이 하는 것이 좀 이상하지 않냐”며 이 같이 말했다.
억지춘향이란 ‘억지로 원치 않는 일을 이루게 하거나 어떤 일이 억지로 겨우 이루어지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관할권을 문제삼은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이 지검장 기소 자체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은 지난 12일 서울중앙지검 검사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이 지검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했다. 수사팀이 이 지검장을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한 것은 이 지검장의 주소지가 서울중앙지법 관할이고, 앞서 서울중앙지법에 불구속 기소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본부장과 이규원 검사 사건과 병합을 신청하기 위해서였다.
박 장관은 이에 대해 “수사를 하지 말라고 한 적이 없고, 수사를 지켜봐 왔지만 수원지검에서 수사했으면 수원지검에서 기소하는 게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지검장에 대한 징계 여부에 대해서는 “쉽게 결론 낼 문제는 아니다. 좀 더 살펴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지검장은 지난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 금지 조치 당시 불법적인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착수하려는 수원지검 안양지청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해 수사를 무마시킨 의혹을 받는다. 아울러 차 본부장과 이 검사는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국 금지에 직접적으로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한편 이날 박 장관은 자신이 증권범죄 합동수사단 부활을 시사한 것과 관련해 추미애 전 장관이 “죄수를 이용해 불법 수사를 해온 곳”이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선 “과거에 일부 그랬던 현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추 전 장관 의견을)감안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