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비상계엄 사태까지 덮치며 시민들의 기부 지갑이 닫히고 있다. 12·3 계엄 사태 여파로 서민들의 체감 경기가 더욱 얼어붙은 와중 환율까지 치솟자 불황을 체감한 시민들이 기부에 주저하는 모습이다. 구세군·사랑의열매 등 연말 모금 행사의 목표액에도 덩달아 빨간불이 켜지며 올해 취약계층의 겨울은 더욱 추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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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대표격 기부 행사인 구세군 자선냄비 사업은 31일 마감을 앞두고 있음에도 목표 모금액을 채우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불황과 계엄 등의 여파로 올해 기부 문화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현장에서도 적실히 드러났다. 성탄절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오후 방문한 서울역 내 자선냄비는 수많은 시민이 지나침에도 쉽사리 채워지지 않았다. 구세군 봉사자의 종소리가 30분간 울리는 와중 자선냄비 앞에 멈춰 헌금을 하는 시민은 열 명도 채 되지 않았다.
이러한 모금 가뭄은 현장 봉사자들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23일 오후 서대문역에서 구세군 종을 흔들던 조양수씨는 “30년 이상 길거리 구세군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번 달은 확실히 사람들이 잘 안 오는 느낌”이라며 “전과 비교하면 올해 모금되는 모습이 30~40%는 줄어든 것 같다”고 현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24일 오후 서울역에서 만난 70대 남성 구세군 봉사자 또한 “보통 1시간에 ‘감사합니다’ 인사를 최소 30번 하는데 지금은 절반으로 뚝 떨어진 느낌”이라며 “100명 지나가면 1~2명 낼까 말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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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와 계엄으로 혼란스러운 와중 지난 19일 원·달러 환율마저 1450원대를 돌파하자 시민들의 ‘기부 지갑’은 더욱 닫히는 모양새다.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교대역의 구세군 자선냄비에 현금 5000원을 넣던 이모(25)씨는 “대학생 때부터 구세군이 보이면 최소한 1~2만 원씩은 넣어 왔는데 이번 달 들어 갑자기 환율까지 치솟아 부담이 크다”며 “그냥 지나치려다 조금이나마 내는 게 맞을 것 같아 5000원이라도 모금함에 넣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얼어붙은 기부 지갑은 곧 사회 취약계층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과 같이 불황과 혼란이 큰 시국에서는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의 타격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며 “목표액 대비 너무 안 걷힐 때는 정부가 긴급 예비비나 긴급 구제자금 등의 방법을 동원해 임시 조처에 나설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