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논란이 고소득 전문직이나 자산가, 대기업들이 누리는 세제 혜택을 손보지 않은 채, 월급쟁이의 유리지갑을 건드린 데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증세를 하지 않겠다는 박근혜대통령의 프레임에 갇혀 정부가 세율 조정· 세목 신설 없이 세입 기반을 늘리려다 보니, 서민·중산층만 희생양이 됐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세부담 기준선이 올라가면 결국 세수가 줄어드는 만큼 정부 지출도 일부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고무도장 찍듯 퍼주기식 대기업 稅혜택이 문제”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법개정 수정안은 소득세 개편의 재손질과 함께 대기업 과세가 병행돼야 한다”며 “아직 일부 기업만 받는 비과세 감면 혜택이 있다면 완전히 없애지는 못해도 혜택을 줄이는 방법으로 세원을 넓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도 “법인세의 경우 현재 과세표준으로 법인기업 2억원이면 10%인 반면 개인기업은 2억이면 세율 35%를 물고 있다”며 “이렇게 차이를 둘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구개발(R&D)분야의 세제 지원을 예로 들며 “지금껏 정부는 기술개발이라 하면 마치 고무도장 찍듯 세제 지원을 했다”면서 “이제 세수가 모자라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에게 세제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는지 곱씹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장도 “고용창출, R&D 세제 지원 제도는 왜곡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원천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稅부담 기준선 3450만원→5500만원으로 올려라”
전문가들은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경제주체 모두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야 한다는데 대해 공감하면서 특히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오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소득 과세에 앞서 주식양도차익 과세 강화 등 금융소득을 포함한 자본소득에 부담을 늘리는 게 순리”라며 “이자·배당소득 원천징수 세율을 올려야 한다. 현재 원천징수세율 14%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고, 역대 정부에 비해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소득세제 개편 뿐 아니라 전반적인 증세 논의의 필요성에 대해 제언했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교육비·의료비·보험료 등은 필수적인 필요경비로 소득공제 항목으로 존재해왔고, 미국·일본 세법도 이를 소득에서 공제하고 있다. 이를 없애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결국 고소득층의 세금을 올리려면 연간 수입 3억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초과누진세율을 적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성인 교수는 “결국 근본적으로는 복지제도를 어떻게 설계해야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기술적인 차원에서 세율구간 미세조정으로만 문제를 풀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면서 “세수확대의 문제가 경기상황의 문제인지 고령화나 저성장에 따른 필연적인 추세인지 등을 복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움말 주신 분들=박훈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안창남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오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성인 홍익대 교수,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 실장,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홍기용 인천대 세무회계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