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예약금만 '2600억'…환불 행렬에 '초비상'

[마켓인]
제주항공, 환불 행렬에 현금유출 가속화 우려
예약 과정서 받은 선수금 2606억…업계 최고수준
조건 없는 환불 약속한 만큼 보유 현금으로 대응
유동비율 악화 및 영업활동현금흐름에 부담 가중
  • 등록 2024-12-31 오후 6:16:42

    수정 2024-12-31 오후 7:18:19

이 기사는 2024년12월31일 16시16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089590) 여객기 참사(이하 제주항공 참사) 이후 제주항공 항공권 예약 취소가 무더기로 발생하면서 유동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예약 취소에 따라 미리 받은 선수금 중 상당 부분을 보유 현금으로 환불해줘야하는 만큼 현금유출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제주항공이 참사 이전에도 유동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에서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항공 항공기가 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있다.(사진=제주항공)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고객들에게 항공권을 판매하고 받은 선수금 규모는 2606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최대 규모로 2위인 티웨이항공(1843억원)보다 41.6% 많은 수치다.

항공사의 선수금 중 대부분은 고객이 항공권 예약 시 미리 결제한 매표대가수금이 포함된다. 항공사가 항공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까지는 계약부채로 인식되지만 항공권 사용 이후에는 수익으로 전환된다. 매출로 인식되는 시점에 차이가 있을 뿐 항공사는 선수금 명목으로 받은 금액을 유동성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제주항공 참사 이후 항공권 환불 행렬이 이어지면서 막대한 선수금이 오히려 현금유출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매출로 인식되지 않을 뿐 유동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수금의 특성 탓에 환불 역시 보유 현금을 통해 진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지난 29일부터 30일 오후 1시까지 제주항공 항공권 취소 건수는 6만8000건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취소 건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고가 벌어진 29일 오전 9시 이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제주항공이 참사 이후 조건 없는 환불을 밝힌 만큼 현금유출 부담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평시와 같이 취소 수수료가 존재하거나 바우처 대체 등의 조건이 붙으면 환불에 따른 현금유출 규모를 줄일 수 있지만 제주항공의 경우 전액 환불을 약속한 상태다.

즉 제주항공은 항공권 환불 시 예약과정에서 인식한 선수금 만큼 현금유출을 감내해야 되는 셈이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 29일까지 예약한 고객에 대해 전 노선에 취소 수수료를 면제한다고 공지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현금유출이 더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소비자를 중심으로 제주항공과 모그룹인 애경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고 있는 만큼 환불 규모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제주항공의 유동성과 현금흐름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직접적인 현금유출에 따른 유동비율 감소는 물론 영업활동현금흐름 둔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재무건전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주항공 입장에서 뼈아플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실제 제주항공의 올해 3분기 말 별도 기준 유동비율은 39.4로 적정 수준인 150%에 크게 못 미친다. 3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도 939억원 순유입을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 3016억원보다 68.9% 줄었다.

이와 관련 제주항공 관계자는 “현재 사고 수습에 집중하고 있다”며 “상황이 있고 난 후 취소량은 평소보다 많은 수준이지만, 신규 유입량도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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