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올해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 행사 기간 국내 증시에서 SK그룹 계열사들의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와 협력을 바탕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유리기판 경쟁력이 부각한 덕이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HBM 납품에 대한 진전된 성과를 나타내지 못한 채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SK하이닉스 부스 모습.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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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SK하이닉스(000660)는 20만3500원에 거래를 마감해 전주(1월3일) 18만1900원 대비 11.9% 상승했다.
SK하이닉스는 전날 20만대로 올라섰다. 이는 지난해 11월 8일 이후 처음이다. 지난 6일에는 9% 넘게 급등하면서 매수세가 큰 폭 확대되기도 했다.
SK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SKC(011790)는 더 큰 폭의 상승세를 시현했다. SKC는 이날 15만6800원을 기록해 전주 11만7000원 대비 34.0% 뛰었다. SKC는 지난 8일과 9일 이틀 연속 두자릿수 상승한 바 있다.
SK그룹주들이 강세를 보인 것은 CES 행사에서 엔비디아와 협업 기대감이 높아진 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회동이 성사되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최 회장은 8일(현지시간) HBM 개발과 관련해 “그동안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의 개발 속도보다 조금 뒤처져 있어서 상대편의 요구가 더 빨리 개발해달라는 것이었는데, 최근에는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를 조금 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 회장이 황 CEO와 회담을 마친 뒤 SKC의 반도체 유리기판 모형을 들고 “방금 팔고 왔다”는 발언이 포착되며 투심을 달궜다. SKC가 이번 전시회에서 첫 실물을 공개한 유리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기판보다 초미세 회로 구현이 가능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 1.7% 상승하는데 그쳤다.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황 CEO의 발언에 주가가 흔들렸다. 황 CEO가 지난 6일(현지시간) 기조연설에서 게임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신제품을 공개하며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메모리 칩이 탑재된다고 밝혔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메모리 칩이 사용 안 되는 것으로 해석됐다. 다만 이틀 후 황 CEO가 성명을 통해 삼성전자 메모리 칩이 초도 물량을 공급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주가가 반등했으나 주 후반에 접어들며 매물 출회로 상승 폭을 반납했다.
근본적으로는 5세대 HBM3E 납품에 대한 뚜렷한 진전이 없던 점에서 삼성전자의 주가 회복세가 비교적 약했던 것으로 보인다. 황 CEO는 “삼성전자가 HBM을 납품할 것이란 사실에 큰 확신이 있다”면서도 “삼성이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야 하지만 해낼 것”이라고 말하면서 여전히 납품 테스트가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탄력적인 주가 상승 위해서는 6세대 HBM4 납품 등의 성과가 제시돼야 한다는 평가다. 서승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탄력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서 주요 GPU 고객사향 HBM4 선제 공급과 파운드리 대형 수주 및 기술 경쟁력 제고가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