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규제법, 만들면 끝…자율에 맡겨야 챗GPT와 경쟁"

AI 관련 기업들 규제 법제화에 한 목소리
AI 관련 원천기술 개발 중인 나라 한국, 미국, 중국 유일
법제화보다 자율 맡기고 지원 늘려야
  • 등록 2023-05-17 오후 3:24:45

    수정 2023-05-17 오후 7:25:56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법은 한 번 정해지면 바꾸는 것이 어렵다.”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인 국내 ICT 기업들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AI를 법으로 규제하기보다 질서가 잡힐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무소속) 주최로 열린 ‘AI 기술 개발 및 법제화’ 간담회에서 참석한 산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AI 기술 개발 현황을 공유하고, AI 관련 규제를 법제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기업들은 한국이 세계에서 몇 안 되는 AI 원천기술 개발 국가임을 강조하고, 지금은 규제보다는 지원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AI 개발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의 ‘챗GPT’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질 만큼 막대한 자본이 소요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정우 네이버 AI LAB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는 AI에서 경쟁력이 있는 편으로 미국, 중국과 더불어 생태계가 갖춰진 세 나라 중 한 나라”라며 “AI 기술 개발은 초기 투자뿐만 아니라 꾸준한 투자가 필요해 파격적인 형태의 국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찬수 SK텔레콤 AI성장기획팀 팀장도 “AI 활용과 개발에 대한 기업의 리소스 투입은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산업계의 이 같은 지원 요청에 따라 산업별 난제를 해결하는 연구개발(R&D)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김단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터넷진흥과 과장은 “도메인 전문가와 AI 전문가가 당장 적용할 수 있는 AI 모델을 5000억원 규모 예타 사업을 통해 개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서비스를 출시하고 생태계를 갖춰나가는데 우리는 규제를 먼저 시작, 오히려 법이 국내 기업들의 발목을 잡게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진형 KT AI 사업본부 라지 AI TF 담당은 “글로벌 빅테크들이 주요 기술을 막대한 투자, 연구개발 통해 먼저 시장을 장악한 이후 법안이 생기고 국내 기업들은 법안에 성장이 가로막히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기업들은 AI 기술 개발과 활용 단계에서 윤리적 문제 해결과 신뢰성 확보가 중요한 문제임을 인식하고 있지만, 이를 법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민·관의 협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이찬수 SK텔레콤 AI성장기획팀 팀장은 “글로벌 AI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친 규제는 산업 생태계 전반을 위축할 수 있다”며 “어떤 측면에서는 규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규제”라고 말했다.

양시훈 LG연구원 AI플래닝 팀장은 “AI 윤리 역량 평가나 신뢰성 검증 절차 등을 기업의 자율규제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이와 함께 데이터 부분에선 저작권자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학습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ICT 주요 기관의 전문가들 역시 산업계와 같은 의견을 나타냈다. 이현규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인공지능데이터 PM은 “AI는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고 끊임없이 발전할 것”이라며 “이것을 법제화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이 PM은 “규제라는 형태는 시기상조”라며 “공감대를 얻기 위한 다각적인 논의를 활성화하고 자발적인 규제와 권고의 수준이 옳다”고 말했다.

AI 관련 정책을 만들 때 유럽연합(EU)보다는 미국의 상황을 참고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현규 PM은 “유럽에는 빅테크가 없기 때문에 사용자 중심의 규제”라며 “유럽의 규제나 법안이 사용자 측면에서는 그럴싸하지만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정우 센터장 역시 “해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면 유럽보다는 미국을 참고하는 편이 낫다”고 제안했다.

한편, AI 관련 인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됐다. 최재식 카이스트 AI대학원 성남연구센터장은 “우리 AI 연구가 세계 5위권에 들고 목표는 세계 3위지만 박사는 1년에 1명 수준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AI 분야라도 인력을 더 유치할 수 있도록 유연한 전략을 펼쳤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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