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워키=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15일 오후 9시(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린 미 위스콘신 주 밀워키의 파이서브 포럼. 7시간이나 뜨겁게 달군 대회장의 조명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무대 가운데 설치된 대형 TV 화면에 오른쪽 귀에 붕대를 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이 드러났다. 지난 주말 피격을 당한 이후 첫 등장한 그는 흡사 귀에 붕대를 감은 천재 예술가 ‘빈센트 반 고흐’를 연상케 했다. 표독스러웠던 표정은 사라지고, 약간 긴장된 표정으로 은은한 미소를 띠며 그는 차분히 무대로 걸어나왔다.
| 지난 주말 총격을 입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 깜짝 등장해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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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기운이 빠진 모습이었지만,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불끈 쥔 주먹을 흔드는 장면은 여전했다. 관객들은 “유에스에이, 파이트(USA, fight)”를 외치며, 트럼프처럼 주먹을 들고 그를 환영했다. 트럼프와 지지자, 대의원을 하나로 모으는 순간이었다. 그의 상징 곡 ‘신이여 미국에 축복을(God bless USA)’이 울려 퍼졌다. 이 노래를 만든 가수 리 그린우드가 직접 불렀고, 트럼프는 감격한 듯 수차례 벅찬 표정을 지었다.
단상에 오른 그의 왼쪽에는 이날 깜짝 지명된 정치 신인 J.D 밴스(오하이오주 상원의원) 부통령 후보가, 오른쪽에는 흑인인 바이런 도널드 플로리다 하원의원이 자리 잡았다. 뒷줄에는 아들과 딸들이 함께 했다. 그는 단 한마디 연설도 없이 시종일관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의 ‘미 공화당 대선 후보 대관식’을 지켜봤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는 ‘자유롭고 공정한 절차로 확인된 다수의 지배’다. 아이러니하게 2020년 선거 결과를 부정하며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격 사건 이후 차기 대통령에 한발 더 다가선 모습이었다. 이날 그의 발목을 잡았던 국가기밀 유출 혐의도 기각되면서 사실상 사법 리스크는 단번에 제거됐다.
시장은 재빨리 대응했다. 미국 이벤트 베팅 사이트 ‘폴리마켓’에서는 트럼프 당선 확률은 하루 만에 10%포인트 상승한 70%까지 치솟았다. 뉴욕증시에서는 트럼프 재집권 시 수혜가 예상되는 관련주에 베팅하는 ‘트럼프 트레이드’가 이뤄졌다. 트럼프가 대주주인 ‘트럼프 미디어&테크놀로지그룹’의 주가는 31.4%나 급등했고 정책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총기제조업체, 민영교도소 운영사, 건강보험회사 주가도 일제히 올랐다. 고관세, 감세정책으로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에 장기물 중심으로 국채금리도 다시 치솟았다.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J.D 밴슨 오하이오주 상원의원과 함께 공화당 전당대회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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