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13조원 손실’ 빌황, 美법원서 징역 18년형 선고 받아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IB)에 100억달러(약 13조 9880억 원)의 손실을 안긴 한국계 미국인 펀드매니저 빌 황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법원에서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았다.

빌 황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설립자(사진=AFP)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앨빈 헬러스타인 뉴욕남부 연방법원 판사는 이날 열린 황 씨의 사기 혐의 등 형사재판 선고 공판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법을 지키지 않으면 법에 의해 매우 가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이처럼 판결했다.

앞서 지난 7월 황 씨는 12명의 배심원단으로부터 증권 사기 및 시장 조작 등 11개 중 10개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았다. 검찰은 범죄의 심각성과 손실 규모를 이유로 황 씨에게 징역 21년을 구형했다.

짙은 회색 양복을 입고 참석한 황 씨는 선고 전 “아르케고스 모든 직원과 은행, 고통을 겪은 은행 직원들에게 깊은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황 씨 측 변호사는 황 씨의 자선활동과 불우했던 성장 과정을 참작해 달라면서 약 3년에서 6년의 징역형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황 씨가 “무서운 범죄를 저질렀다”고 반박했다.

앤드루 토마스 검사는 이날 선고 공판에서 “이번 사건은 진정 국가적 재난으로 묘사될 수 있는 드문 사건 중 하나”라며 법원 측에 당초 구형한 징역 21년형과 123억5000만달러 몰수,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 지급에 대한 판결을 요청했으나 헬레스타인 판사는 이날 황 씨에 대한 징역형 선고만 내리고, 그의 자금 몰수 및 피해자 배상금 관련해서는 21일 다시 선고 공판을 열고 판결하기로 했다.

황 씨는 지난 2021년 3월 월가를 뒤흔든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를 촉발시킨 주인공이다. 아르케고스 캐피털은 파생상품인 총수익스와프(TRS)와 차액거래(CFD) 계약을 통해 보유자산의 5배가 넘는 500억달러(약 69조원) 상당을 주식에 투자했다. 하지만 주가 급락으로 추가 증거금을 내야 할 상황이 벌어졌고, 황씨는 이를 제때 막지 못해 글로벌 투자은행은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검찰은 황 씨 일당이 수십억 달러 이상의 대출을 일으키고자 금융회사에 회사의 거래 활동과 포트폴리오의 위험 수준에 대해 거짓말을 했으며, 그 과정이 계획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레버리지가 무려 1000%에 달할 때도 있었다. 또 황 씨는 파생 상품을 이용해 비아컴, 디스커버리, 텐센트뮤직 등 아르케고스가 보유한 종목 7개의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중 6개 종목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았다.

이 마진콜 사태로 아르케고스와 거래한 크레디트 스위스, 노무라 홀딩스, 도이치뱅크, UBS 등이 총 10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당국은 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