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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에르메스코리아가 지난 3월 거래 약관에 ‘재판매 관여 금지’ 조항을 넣었습니다. 약관을 보면 ‘고객은 본인이 중개인 또는 중개인의 대리인이 아닌 최종 소비자로서 행위할 것을 보증한다’고 적혀있습니다. 또한 ‘영리 또는 비즈니스 목적으로 에르메스 제품을 판매하는 행위에 관여하지 않을 것을 보증한다’고 명시돼 있는데요.
재판매 금지 조항뿐만 아니라 아예 해당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이 약관에 동의해야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르메스 뿐만이 아닙니다.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도 재판매 금지를 선언했는데요. 다음 달부터 이용 약관에 ‘재판매를 위한 구매 불가’ 항목을 추가했습니다. 또한 나이키가 리셀 목적의 구매라고 판단한 소비자는 해당 계정 제한과 주문 취소, 계정 폐쇄 등의 조치까지 하겠다고 경고했는데요.
사업자들 입장에선 재판매를 목적으로 구매한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실제 최종 소비 목적으로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간접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리셀러들이 웃돈(프리미엄)을 얹어 팔면서 소비자들의 편익을 해친다고 보는 겁니다. 이와 함께 브랜드 이미지 훼손도 이같은 ‘재판매 금지’를 결정한 배경으로 풀이됩니다.
그렇다면 ‘재판매 금지 조항’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걸까요? 법조계, 학계, 관가 등에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약관 자체가 문제가 있다면 시정해야 할 사항이지만 기본적으로 실제로 가격 등을 통제하고 있는지, 만약 위반시 소비자 등에게 불이익을 주는 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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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약관심사를 통해 구체적인 계약관계를 전제하지 않고 오로지 약관조항 자체의 불공정성만을 심사해 그 효력 유무를 결정한 후 필요한 경우 특정 조항을 삭제하거나 수정토록하는 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앞서 공정위는 오픈마켓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심사하고 그 결과 쿠팡 등의 ‘최혜대우’ 조항에 대한 자진 시정 조치를 내린 바 있습니다. ‘최혜대우’ 조항은 오픈마켓이 판매자에게 상품 가격이나 거래조건을 다른 판매채널과 비교해 소비자에게 불리하지 않게 설정하도록 한 조항인데, 판매자의 자유로운 거래 조건 결정권을 침해하는 등 불공정 조항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법은 물론 약관법 등을 저촉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며 “판매자가 대금을 받고 소유권을 인도하면 모든 권한이 소유자한테 있는 것인데 민법상 권리 남용문제가 있을 수 있고 약관법상으로도 약관으로 소비자 권리 행사의 본질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약관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공정위는 생각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약관법에 저촉될 여지는 있지만 민법상으로 보면 해당 약관에 동의하지 않으면 사지 않으면 되는 것이고, 사는 순간 약속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명확하게 불공정 여부를 가리기 쉽지 않다”며 “사견이지만, 공정위가 일부 상류층만 구매하는 사치품까지 하나하나 개입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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