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는 지난 1일 이 검사와 차 본부장을 허위공문서 작성 및 직권남용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두 사람의 주거지가 서울인 것을 고려해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검사는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 소속이던 지난 2019년 3월 태국으로 출국하려던 김 전 차관에 대해 긴급 출국 금지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이미 무혐의 처리된 사건 번호와 가짜 내사 번호를 적는 등 공문서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또 당시 피의자 신분이 아니었던 김 전 차관에 대해 수사권이 없는 파견 검사가 출국 금지를 요청한 것이 출입국 관리법을 어겼다는 의혹도 받는다.
차 본부장은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 금지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차 본부장이 이 검사의 출금 요청에 법적 하자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후적으로 승인해 줬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차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다만 법원이 기각 사유로 ‘혐의 없음’을 단정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소에 힘을 실어줬다는 관측도 따랐다. 법원은 차 본부장에 대한 영장 기각 사유로 “엄격한 적법 절차 준수의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사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피의자가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일각에선 이번 검찰 기소가 공수처 의견을 묵살한 것으로, 양측의 정면충돌 단초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2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전날 수원지검의 차 본부장과 이 검사 기소에 대해 “기사를 보고 알았다”며 사전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그간 ‘검사에 대한 독점적 기소권’과 ‘공소권 유보부 이첩권’을 주장해 왔다. 검찰이 검사 신분이 아닌 차 본부장은 기소하더라도, 이 검사를 기소할 권한은 공수처에 있다고 주장한 셈이다. 공수처는 ‘수사 여건 미비’ 등 이유로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하면서 “수사 완료 후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사건을 재송치하라”고 요구했다.
공수처가 지난달 29일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사실상 동일한 사건에 대해 수사 의뢰를 받은 것도 공수처가 검찰에 재재이첩을 요구할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공수처와 중복된 다른 수사 기관의 수사에 대해 공수처장이 이첩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공수처법 24조1항을 발동할 여지가 생겼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아직 해당 사건에 대한 처분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다만 공수처가 검찰의 기소권 행사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구체적인 법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사 사건에 대한 공수처의 독점적 기소권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검찰도 검사 사건에 대해 수사·기소를 할 수 있다. 다만 공수처에 통보해야 하고, 통보한 내용에 대해 공수처가 이첩을 요구했을 때는 이첩해야 한다. 이 검사 건은 검찰로 재이첩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수사·기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기소한 이상 공소 유지는 검사의 권한이다. 법원의 판단을 받으면 된다”며 “이 검사 사건은 기소에 이르렀기 때문에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도 아니므로 공수처 출범 취지에 반한 결정도 아니다”고 해석했다. 이어 “이 지검장 사건에 대해선 권익위의 수사 의뢰로 인한 중복 수사로 공수처가 이첩을 요구할 수 있지만, 이 검사와 차 본부장에 대한 검찰 기소가 나온 상황에서 크게 보면 이 지검장 사건도 동일한 쟁점이기 때문에 같은 수사 기관에서 마무리 짓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