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부겸 국무리 주재로 열린 제10회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이런내용을 담은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기본 계획은 부지 선정 절차에 착수해 20년 안에 중간저장시설을 확보하고, 37년 안에 영구처분시설을 세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핵발전에 사용된 연료에서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추출하고 남은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다. 최대 10만년 동안 고농도 방사능을 내뿜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1986년부터 영구처분시설 후보지를 물색했지만 주민 반대로 실패했다. 현재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에 보관하고 있는데, 향후 10년 내에 상당수 원전이 포화 상태에 달하게 된다.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에 따르면 원전 본부별 예상 포화 시점은 한빛 2031년, 고리 2031년, 한울 2032년, 신월성 2044년, 새울 2066년이다.
기본계획을 보면 정부는 그간 부지 선정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을 교훈 삼아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 부지선정 과정에 적용되는 의견 수렴 절차를 확대했다. 기초지자체는 부지 선정에 앞서 지역주민과 지방의회의 의견을 청취하고, 필요시에는 인근지역과 협의한 후 부지적합성 조사를 신청해야 한다. 조사 결과에서 타당성이 인정돼도 최종 부지로 결정하려면 반드시 주민투표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아울러 기본계획에는 거버넌스 개편을 통해 독립적인 전담 조직인 ‘고준위 방폐물 관리 전담 조직’을 정부 내에 신설하고 별도의 특별법 제정을 검토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가 지난 4월 정부에 제출한 권고안의 핵심이다.
하지만 원전이 있는 4개 광역시·도는 제2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설치 및 운영에 대한 절차를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 선정 절차에 준하도록 법률로 구체화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의 장기간 운영에 따른 위험에 대해 후속대책 없이 사업자에게만 책임을 떠미는 운영방식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원전 내 저장시설의 구체적인 운영계획을 기본계획에 포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원전 인근 주민들은 여전히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에 대해 두려워 하고, 발전소가 결국 핵 폐기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큰 데도 주민들과의 충분한 논의, 검토없이 기본계획을 수립한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국민들에게 뭐가 위험한지 정확하게 알려주고 동의를 구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