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전국 교수·연구자 100여명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사 반대를 주장한 것과 관련해 제자인 해당 대학의 학생들이 근조 화환을 보내고 규탄 대자보를 작성하는 등 반발에 나섰다. 이들은 “학자로서 남은 양심을 지켜달라”며 반대 성명 철회를 촉구했다.
| 연세대 학생 강새봄(철학·17학번)씨가 2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도서관 앞에 탄핵 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한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붙이고 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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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학생 범서연(사학과 22학번)씨는 2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도서관에 ‘교수님, 더 이상 추해지지 마십시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이 대자보에는 “국민 80%가 공유하는 상식을 교수님들은 저버리셨다”며 “비상계엄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상태시 선포한다고 돼 있다. 지난 3일 당신들은 정말로 전시 상태에 살고 계셨느냐”고 적었다. 범씨가 비판한 대상은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다.
앞서 전국 전·현직 대학교수 123명으로 구성된 ‘자유와 정의를 실천하는 교수 모임’은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시국선언을 열고 “윤 대통령의 계엄은 거대 야당의 반대한민국적 폭주로부터 국정을 정상화하고 국민 50% 이상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디지털 선거 조작에 관한 증거 확보 절차”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범씨는 “계엄이 선포되고 저에게 가장 두려웠던 것은 내가 아는 사람들이 총을 든 군인들 앞에 있었다는 이유로 죽고 이유를 알지도 못하고 ‘반국가 세력’으로 몰리는 것”이라며 “국민 앞에 제대로 된 사과 한 번 하지 않는 후안무치하고 뻔뻔스러운 자를, 실패한 정치범 나부랭이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수님들에게 학자로서의 자긍심이 있긴 한가”라며 “당신께 남아 있는 양심과 자존심, 모든 것에 부쳐 호소한다. 부디 탄핵 반대 성명을 철회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범씨를 비롯한 연세대 학생들은 대자보와 함께 ‘민주주의’ 근조 화환을 연세대 대도서관 앞에 놓았다. 함께 대자보 전달을 준비한 강새봄(철학과 17학번)씨는 “양 교수는 이승만연구원장으로 근무하며 서울 종로 사무실에 있지만 학우들에게 이 문제를 알리고자 도서관 앞을 선택했다”며 “전날 늦은 밤에 제안했는데 많은 학우들이 호응해줬다”고 설명했다.
서강대에서도 시국선언에 참여한 신운섭 화학과 교수 연구실 앞에 근조화환과 학생 성명서가 전달됐다. 서강대 기계공학과 석사과정 중인 노경배씨는 전날 성명서를 통해 “교수님께서 서강대의 교육이념에 위배되는 목소리를 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자행한 친위 쿠데타가 우리의 교육이념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저는 반국가세력도, 종북세력도 아니다. 그저 아직까지 반성 없는 태도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버티고 있는 윤 대통령을 빨리 끌어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 중 한 명”이라며 “이런 의견에 교수님께서도 응원해주시고 동참해주시길 바란다. 서강의 교육이념을 따르는 모범적 교수자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이화여대 학생들 역시 이날 오후 5시 30분 최원목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연구실 앞에서 규탄 대자보를 붙이고 근조 화환을 전달할 예정이다.